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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삶] 백발

입력 2017-07-13 17:50:01
강경화 외교부 장관. 국민일보DB


우리 사회에 동안 열풍이 불고 있다. 외모가 곧 능력이고 그 사람의 가치로 인정받는 외모 지상주의가 당연한 트렌드로 자리했다. 그래서 화장품도 불티나게 팔릴 뿐더러 주름살 제거 시술 또한 흔한 일이다.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는 건 게으름의 상징이자 가난을 반영인 셈이고, 젊게 보인다는 건 자기관리에 충실하다는 의미일까. 과연 그러한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백발이 화제다. 우리 정치사에서 익히 보지 못했던 반백의 머리를 휘날리는 여성, 유리천장을 깬 리더십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강 장관은 좀 더 젊고 아름답게 보이려고 거울 앞에 앉은 뭇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든다. 1996년 미국에서 시작된 ‘내 몸 긍정 운동’을 한국판으로 끌어낸 선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얗게 센 머리를 서양에서는 회색이나 은색으로 본다. 머리카락이 주로 검은색인 우리네는 센 머리를 백발이라 부른다. 백발은 노화 과정에서 대롱과 같은 머리카락에 검정 색소가 공급되지 않아 하얗게 보이는 현상이다.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 같이 간혹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갑자기 머리가 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백발은 경험이 많고 현명한, 그래서 존경할 만한 색이다. 물론 나이에 걸맞은 노련미와 덕성을 갖추어야 하겠지만, 늙음은 절제의 미덕과 함께한다.

흰 머리를 염색하는 심리는 타인의 평판을 전제로 한 자기만족에서 비롯된다. 노자 2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늘 아래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추한 것이다.’

나이에 맞지 않게 젊게 보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억지스럽다. 자연스러움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의 출발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솔직하고 당당한 반백의 머리가 멋지게 보인다. 강 장관이 앞으로 북핵 문제 등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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