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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그녀가 해녀가 된 이유, 미소가 말해주네

입력 2017-07-14 05:05:02


사진 속 여성은 김은주(50)씨. 책에는 주로 김형준씨가 촬영한 사진 수십 장이 실렸지만 왼쪽 사진은 사진작가 이철재씨가 찍은 것이다. 김씨는 20대 시절엔 서울 여의도와 명동의 증권가를 누비던 회사원이었고, 외환위기 이후엔 비즈와 퀼트 공예 사업을 벌여 매년 억대 수입을 올렸다. 그런 그가 왜 해녀복을 입고 바다 앞에 서 있는 것일까.

과거 그의 취미는 산소통 없이 바다를 탐사하는 ‘프리다이빙(free-diving)’이었다. 김씨는 도시생활에 지쳐 제주로 내려와 프리다이빙을 즐기다 남편과 함께 제주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부부는 한수풀해녀학교 등지에서 수학하면서 해녀와 해남이 되는 길을 택한다.

“파도가 심한 날에는 바다에 몇 번씩이나 토를 한다. 그렇게 물질이 끝나면 온몸이 탈진 상태다. 아무리 지쳐도 씩 웃으면 온몸이 명랑해진다. 등 뒤로 바다도 미소를 짓는다.”

두 사람은 어떻게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뒤늦게 인생의 새로운 행로를 개척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의 답변은 간단하다. 해녀의 삶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묻는다. 잘나가는 디자이너, 잘되던 사업을 그만두고 왜 해녀가 되었는가. 먹고사는 방식은 궁극적으로 행복의 가치에 있다. 사람들에게 나는 대답한다. 남편과 함께 바다에 드는 지금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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