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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국가는 코치 아닌 심판이 돼야”

입력 2017-07-13 21:10:01


6·25 한국전쟁 이후 60여년을 달려온 우리나라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문턱 앞에 멈춰 있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헌재(사진) 전 경제부총리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강연에서 “국가는 코치가 아닌 심판이 돼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 등 사회 변화의 실행은 민간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강연은 국회의원 연구단체 ‘따듯한 미래를 위한 정치기획’의 초청으로 진행됐다.

이 전 부총리는 국가가 나서서 새로운 산업을 찾거나 일자리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면세점 허가제와 스크린 쿼터제를 비교하며 “무더기로 허가를 내준 면세점은 벌써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례가 나오는 반면 투자를 병행한 스크린 쿼터제의 경우 한국 영화가 위기를 맞기는커녕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서도 “한 정부가 모든 일을 다 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도시재생 후보지 현장은 이미 투기 심리로 들썩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5년이 아닌 60년 뒤를 생각해 차근차근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전 부총리는 ‘국가가 할 일’로 불평등 해소와 규제 완화를 지목했다. 그는 “낙수효과와 파급효과는 이제 미신에 불과하다. 경제를 소수의 대기업에 발목을 잡히지 않는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심플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서열화 교육이 아닌 적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가가 창의·혁신을 추구하는 젊은세대를 위해 관련 규제를 없애고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부총리는 “기득권과 낡은 시스템을 털어버리는 대신 벤처 스타트업, 사회적기업가들에 대한 본격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내가 요즘 임팩트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임팩트 금융은 사회적금융의 일종으로, 이윤 창출만이 아니라 저신용자의 금융소외 문제 해결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곳에 자금을 지원한다.

이 전 부총리는 정치 개혁에 대해 “정치인의 쌍방향 소통을 위해 비례대표를 확충하거나 독일식 다당제 정치 구조를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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