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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강준구] 청와대의 유난스런 탁현민 집착

입력 2017-07-13 18:25:01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이 아닌 행정관을 두고 정치권에서 이례적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0년 전 저서를 통해 왜곡된 성의식을 드러낸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해임 여부다.

탁 행정관은 저서에서 고등학생 시절 여중생과 잠을 잤고, 그 여중생을 친구와 ‘공유’했으며, 임신한 여교사가 섹시하다는 등의 내용을 썼다. 일부 문장은 저서에서 밝힌 대로 픽션(허구)이라고 밝혔고, 일부 내용은 SNS 등에서 사과했다.

탁 행정관에 대한 청와대의 생각은 대략 다음과 같다. ‘오래전 잘못을 깊이 사과했고, 지금은 반성하며 살고 있다. 수년간 여성단체의 행사 기획을 맡아 봉사했다. 공식석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눈길, 손짓, 동선 하나하나를 기획할 정도로 업무적으로 탁월하다.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사퇴 반대 의견과 찬성 의견이 6대 4 정도로 차이가 있다. 행정관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가 아니며, 2012년 대선부터 함께한 탁 행정관을 10년 전 과오로 내치기는 가혹하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성 추문이 청와대에서 발생할 경우 탁 행정관은 나쁜 선례가 돼 혹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강한 지지층인 여성계도 당혹스러워하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만회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여성 30% 장관’은 일반인에게 머나먼 얘기이지만, 임신한 여교사를 보는 불온한 시각은 이웃의 얘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여성의원과 문 대통령이 지명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탁 행정관의 해임을 건의했다. 언론·개인이 아닌 국정운영 시스템상에서 쟁점화가 됐다. 그러면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답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숨만 죽이고 있다.

탁 행정관의 과거 성의식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고 봐주기엔 너무 저급하다. 문재인정부는 고도의 도덕성과 합리성, 원칙을 내세워 집권했다. 취임 두 달째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 중인 것도 취임 이후 성과보다는 도덕성·합리성·원칙에 대한 기대감에 가까울 것이다. 탁 행정관 논란이 벌써 한 달째다. 유난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준구 정치부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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