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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럽맨’ 토티 은퇴… 그라운드에 순정 바치다

입력 2017-07-19 05:05:03
AS 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가 지난 5월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제노아와의 2016-2017 이탈리아 세리에A 38라운드 경기에서 고별전을 치른 뒤 팀 동료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신화뉴시스
 
프란체스코 토티(오른쪽)가 2015년 8월 FC 바르셀로나와의 친선경기 후 리오넬 메시와 유니폼을 교환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메시 인스타그램


이탈리아 축구 영웅 프란체스코 토티(41·AS 로마)가 결국 ‘원클럽맨’으로 은퇴했다. “이 팀이 아닌 곳에서 뛰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적을 마다하고 끝내 유니폼을 벗었다.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한 팀에 순정을 바친 그는 그라운드의 로맨티시스트였다. 거액의 연봉을 좇아 다른 팀으로 떠나는 선수들이 속출하는 현대축구에서 원클럽맨은 갈수록 희귀한 존재가 돼 가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로마는 18일(한국시간) “토티가 은퇴를 결정했다”며 “그는 앞으로 (선수단을 관리하는) 구단 디렉터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토티는 로마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선수로서의 축구 인생 1막은 끝났다. 이제 디렉터로서 팀을 위해 다른 중요한 일을 할 것이다”라며 은퇴한 뒤에도 로마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마에서 태어난 토티는 13세이던 1989년 로마 유스팀에 입단해 1993년 로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유스팀 입단 이후 한 번도 유니폼을 갈아입지 않고 28년 동안 로마를 위해 뛰었다. 그는 이번 시즌을 마친 뒤 일본 J리그 이적과 은퇴를 놓고 고민하다 원클럽맨으로 남기로 결정했다. 공격수인 토티는 세리에A에서 총 619경기에 출전해 250골을 넣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이탈리아 대표로 활약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이탈리아에 우승컵을 안긴 뒤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원클럽맨은 축구 선수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다. 2015년 8월 FC 바르셀로나의 특급 스타 리오넬 메시는 캄프누에서 열린 프리시즌 대회에서 로마전을 치른 뒤 토티에게 유니폼 교환을 요청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메시는 이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대단하다! 경이로운 인물!”이라는 멘트를 남겼다.

과거엔 원클럽맨이 많았다. 하지만 1995년 12월 ‘보스만 룰(계약 기간 만료 6개월 전에는 자신이 원하는 다른 팀과 자유롭게 이적 협상을 하고 이적료 없이 이적 가능)’이 통과한 이후 이리저리 팀을 옮겨 다니는 ‘저니맨’이 늘어났다. 동시에 돈벌이에 치중한 구단들이 실력이 떨어지거나 필요 없는 선수들을 매몰차게 내치는 시대가 열렸다. 이 때문에 원클럽맨으로 남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원클럽맨이 되려면 경기력과 상품성을 갖춰야 하고 부상을 당하지 말아야 하며 자기관리에도 철저해야 했다.

유럽축구에서 유명한 원클럽맨으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이상 은퇴) 등이 있다. 현역으로는 바르셀로나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메시 등을 꼽을 수 있다. 선수생활 막판에 원클럽맨을 포기한 선수들도 있다.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인 사비 에르난데스는 2015년 6월 알 사드(카타르)로 떠났다. 리버풀의 원클럽맨으로 남을 것 같았던 스티븐 제라드는 2015년 7월 미국의 LA 갤럭시로 이적했다. 에르난데스와 제라드는 소속을 바꾸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이전 팀의 레전드로 대접받고 있다.

원클럽맨이 왜 특별한지는 토티의 고별사 장면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지난 5월 29일(한국시간) 열린 제노아와의 2016-2017 시즌 세리에A 38라운드 경기에서 고별전을 치른 뒤 관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아름다운 동화는 끝이 났고, 나는 유니폼을 내려놓는다. 로마인으로 태어나, 로마인으로 살아 왔고, 이 팀의 주장이 되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자 특권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내 발로 여러분을 기쁘게 해 줄 수 없지만 내 심장은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 로마.” 토티는 고별사를 읽는 동안 눈물을 흘렸다. ‘로마의 황제’가 왕관을 벗는 모습을 지켜본 가족과 동료 선수들 그리고 팬들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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