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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야∼ 물렀거라!… 천연 냉풍에 폭염도 ‘꽁꽁’

입력 2017-07-19 21:30:01
이른 아침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육백마지기 전망대에서 본 푸른 초원과 바람에 윙윙대는 풍력발전기가 시원한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오른쪽 아래 계곡에는 운무가 물결처럼 일렁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육백마지기 아래 회동계곡 옆 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햇빛조차 스며들기 힘든 울창한 천연림 아래 자리잡은 회동계곡은 오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입구에 서늘한 냉기가 흐르는 평안굴.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무더위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하지만 서늘한 계곡물과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바람이 아니라 산과 계곡에서 불어오는 천연바람이다. 강원도 평창은 산 좋고 물 좋은 계곡을 간직하고 있어 ‘바람맞는’ 여행지로 제격이다. 흥정·금당·노동·막동·장전·뇌운계곡 등 유명한 계곡도 좋지만 덜 알려진 곳을 찾아 나만의 한적한 피서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하늘과 맞닿은 시원한 바람의 나라 육백마지기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가 님의 맛만 같다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겠네∼’. 유네스코에 의해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에 포함된 ‘평창아라리’의 한 구절이다. 여기에 나오는 ‘한치 뒷산’이 바로 평창군 미탄면의 북쪽에 자리잡은 청옥산(靑玉山·1256m)이다. ‘태백산맥의 지붕’이라는 가리왕산(1561m)에서 중왕산(1371m)으로 이어지는 남쪽 능선 끝에 솟아 완만한 능선과 육중한 몸체를 자랑한다.

해발 1200여m의 고지대에 농지와 구릉지가 광활하게 펼쳐진 육백마지기가 위치해 있다. 육백마지기란 이름은 면적이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것과 평창지역의 논 면적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마지기로 면적이 600마지기에 달한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의견이 있다. 마지기의 크기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강원도에서 계산하는 150평 또는 300평으로 환산하면 9만∼18만평 정도는 된다.

육백마지기에서 생산되는 고랭지채소를 반출하기 위해 미탄면 평안리에서 육백마지기 입구를 거쳐 회동리 수리재 지역으로 연결되는 포장도로가 잘 놓여 있다. 도로를 따라 가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도로변의 송림과 낙엽송, 물푸레, 층층나무, 머루·다래넝쿨이 뒤엉킨 천연림을 감상할 수 있다.

육백마지기에 오르면 청옥산 아래 너른 구릉 너머로 삿갓봉, 남병산, 백파령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본격 가동에 들어간 풍력발전기가 시원한 풍경을 더해준다. 고원지대 청정한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 여름 한낮에도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진 지난 13일 경북 경주의 기온이 39.7도까지 치솟으면서 7월 기온으로는 75년 만에 최고를 보였지만 육백마지기는 가을처럼 시원했다.

육백마지기에서 5분 정도만 내려서면 삼거리 직전에 자작나무 숲이 장관을 연출한다. 흰 기둥에 녹색 머리를 쓴 자작나무들이 잡목 하나 없이 줄지어 심겨 있어 보기만 해도 청량감을 느낀다. 숲으로 들어서면 하늘로 쭉쭉 뻗은 자작나무 수백 그루가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희뿌연 배경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림청이 10여년 전 조성한 숲으로,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만큼 넓지는 않았지만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발길 뜸한 오지 느낌의 회동계곡

육백마지기 아래에는 사계절 1급수를 흘려보내는 보석 같은 회동계곡이 있다. 주민들은 ‘용소골’ ‘청옥산 계곡’이라고 부른다. 총 8㎞로 사계절 내내 1급수가 흐르고 곳곳에 크고 작은 소(沼)와 폭포가 어울려 운치를 자아낸다. 1급수 어종인 둑중개가 서식하고 미탄면 사람들의 상수원으로 이용될 정도로 물이 맑다.

사람들의 때가 덜 묻어 오지(奧地) 느낌 그대로인 회동계곡은 한 여름에도 햇살이 들어오지 않을 만큼 빽빽한 천연림 터널을 자랑한다. 계곡 곳곳에는 청정한 자연을 대변하듯 어김없이 이끼와 폭포가 있다. 포장되지 않은 평탄한 흙길을 물소리 들으며 거닐다 보면 더위는 저만치 물러나고 저절로 힐링이 찾아든다. 회동계곡의 청정수는 동강으로 흘러든다.

회동이란 마을 이름은 횟돌(석회암)이 많이 난다는 ‘횟골’에서 유래돼 ‘회동(檜洞)’으로 불리고 있다. 마을은 앞골, 산 안쪽을 뜻하는 ‘둠안’이 변한 두만동, 육백마지기, 마을 길의 굽이가 많고 심하다고 해서 불리는 자진구비, 장자터 등으로 이뤄져 있다.

마을 입구에 수령 350년 이상의 떡갈나무가 우뚝하다. 마을은 2010년 평창군의 저탄소 녹색성장 모델마을로, 2011년에는 녹색생활 실천마을(그린 마을)로 선정됐다. 마을 내 가로등도 모두 태양광을 이용해 가동되고 있다.

삼복더위에도 얼음 같은 용천수가 솟는 평안굴

미탄면 평안리에 있는 평안굴은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냉굴이다. 강원도 정선에서 지하로 흘러든 물이 이 동굴에서 솟아난다. 물은 15도 내외로 5분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차갑다. 동굴 입구에는 서늘한 냉기가 흐른다. 지하에서 자연 정화된 차가운 물 덕분에 송어 양식이 성공했다. 국내에 송어가 처음 도입된 1965년 양식에 성공한 평창군은 전국 송어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등 송어 주산지로 꼽히고 있다.

평창의 청정 무공해 송어는 고소하고 식감이 뛰어나다. 연중 수온이 일정한 냉수에서 길러 육질이 단단하고 타 지역의 송어에 비해 담백하며 잡냄새가 없다. 미탄면 시가지 주변과 기화리 일대의 양식장과 횟집에서 직접 기른 송어로 송어회와 구이 튀김, 매운탕 등을 맛볼 수 있다.

여름 홍수에 양식장에서 기르는 송어 중 일부가 하천으로 탈출하기도 한다. 이 송어를 낚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송어 헌터들이 찾아든다고 한다.

■ 여행메모
한우·황태·메밀… 먹거리 다양
평창더위사냥축제 28일 개최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육백마지기와 회동계곡은 승용차로 갈 경우 내비게이션에 미탄면 회동2리를 찍으면 된다. 청옥산 길에서 회동2리 마을회관을 지나 왼쪽으로 가면 회동계곡을 따라 가는 길이 이어진다. 차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 차단기로 차단되는 경우도 있다. 팔각정과 화장실 등이 비치돼 있다. 마을회관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육백마지기로 이어진다.

한우는 더위사냥축제가 열리는 대화면 땀띠공원 맞은편의 평창한우마을 대화점(033-332-8300)이, 송어요리는 평창읍 상리에 있는 평창송어(033-332-0505)가 이름나 있다. 평창올림픽시장 내 메밀이야기(033-334-3456), 대관령면 횡계리의 황태회관(033-335-5795)도 맛집이다.

땀띠공원은 사시사철 10도 정도로 차갑기 때문에 목욕을 하면 몸에 난 땀띠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해서 붙여진 ‘땀띠물’을 공원화한 것이다. 이곳에서 오는 28일부터 8월 6일까지 평창더위사냥축제가 열린다. 맨손 송어잡기, 대화천 다슬기잡기, 대화천 반두체험 등 천렵 프로그램과 ‘꿈의대화캠핑장’의 캠핑 프로그램이 중심행사다. 매일 밤 열리는 다채로운 콘서트가 축제의 재미를 더하고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특설장터는 먹거리를 풍성하게 해준다(평창더위사냥축제위원회 033-334-2277).

평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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