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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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삶] 빛 공해

입력 2017-07-20 17:55:01
서울 강서구 대로변


빛의 원초적 인식은 밝음이다. 그래서 그 기술도 언제나 밝음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백열등이나 형광등보다 에너지 효율이 월등하게 높은 발광다이오드(LED)는 전기요금 걱정을 덜어 주는 차세대 조명이다. 반도체를 활용한 LED는 전도물질에 따라 빛 색깔이 다르다. 노랑, 초록, 파랑, 하양과 같은 다양한 색을 구현하다 보니 빛으로 이미지를 표현하는 옥외조명으로 더 없이 제격이다. 대도시 옥외광고물은 갈수록 오색찬란하고 밝아서 빛과 색이 밤새도록 넘쳐난다. 과유불급이라, 어두워야 할 때 밝다는 사실은 당연히 부작용을 부른다.

밤에도 도시는 차와 사람으로 여전히 혼잡하고 부산하다. 도시의 소음과 넘쳐나는 쓰레기가 공해이듯이 한밤중 지나친 빛도 심각한 공해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빛 공해 민원이 2000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2013년부터 시행한 ‘빛공해방지법’이 있다고는 하나 유명무실하다. 이런 탓인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는 한국을 세계 2위 빛 공해 국가라고 발표했다. 빛 공해에 대해 엄청난 벌금을 물리는 영국에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해결할 숙제는 너무나 수두룩하다.

너무 밝은 빛은 수면을 방해하고 생체리듬을 어지럽혀 우울증을 유발한다. 밝은 방에서 자는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근시가 된다는 보고도 있다. 국제기구나 의학계에서는 면역체계 붕괴를 가져오는 빛 공해가 호르몬 관련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극단적 우려가 아니더라도 밤이 되면 어두운 상태에서 편히 잠들어야 한다.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 수면을 방해하는 빛을 적극적으로 차단해보자. 잠자리에 들면 TV도 끄고 스마트폰도 멀찌감치 내버려 두는 게 상책이다. 24시간 영업하는 가게들도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해주면 정말 좋으련만.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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