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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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내는 ‘척결’

입력 2017-07-22 05:10:02


요즘, 이른바 ‘방산비리’같이 척결의 대상으로 지목된 것들이 발에 차입니다. 무기와 관련해서 도둑질해먹는 게 방산비리이겠는데, 제 배 불리기 위해 국민의 목숨을 팽개치는 행태이지요. 적의 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짓입니다. 철퇴(鐵槌, 쇠몽둥이)를 내려야 합니다.

척결(剔抉)은 본디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낸다는 뜻의 무시무시한 말입니다. 나쁜 부분이나 부정적인 요소들을 싹 없애버린다는 의미로 쓰이지요.

剔은 뼈를 발라낸다는 뜻을 가졌습니다. 해(日)와 달(月)이 바뀌듯 ‘바꾼다’는 의미의 易(역)과 칼을 뜻하는 刀(도)가 합쳐진 글자로, 칼로 (뼈와 살을) 바꾼다(분리한다)는 말이겠습니다. 易은 해와 달이 자연스레 바뀌는 것같이 ‘쉽다’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이때는 용이(容易)처럼 ‘이’로 읽지요. 抉은 손으로 후벼서 도려내고 뽑아버린다는 뜻의 글자입니다.

척결은 과거의 부정적인 요소를 깨끗이 씻어버리는 청산(淸算)이나 청소하듯 일거에 싹 쓸어버리는 일소(一掃), 되살아날 수 없도록 뿌리째 없애버리는 근절(根絶) 등과 그 뜻을 견주어볼 수 있겠습니다.

비리나 부정부패가 만연(蔓延, 식물의 줄기가 널리 뻗음)하면 조직이나 나라 꼴이 어찌 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척결해야 할 것들이 분명히 정해졌는데도 우물쭈물하거나 시늉만 하면 안 됩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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