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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월간 29개국…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

입력 2017-07-26 05:05:03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박문규(오른쪽) 김미나 부부. 사진은 지난해 11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 종착지인 스페인 산티아고의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해 포즈를 취한 두 사람의 모습이다. 상상출판 제공




부부가 세계여행의 첫발을 내디딘 건 2014년 9월 9일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20㎏에 육박하는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여행을 위해 2년 넘게 착실히 저축한 돈은 3000만원. 두 사람은 이 돈이면 1년 정도 세계 곳곳을 둘러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씀씀이를 줄였더니 훨씬 더 오랜 기간 여행할 수 있었다. 부부는 2년 3개월 동안 29개국을 탐방했다. 네이버에는 ‘메밀꽃 부부’라는 필명으로 블로그를 개설, 여행이 끝난 지난해 12월까지 틈틈이 여행기를 올렸다. 블로그는 유명세를 탔고, 급기야 부부는 최근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상상출판·표지)라는 책까지 펴냈다.

이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박문규(31) 김미나(31·여)씨다. 둘은 한국에 돌아와 과거에 살던 경기도 구리를 떠나 지난 3월부터 제주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여행 자체를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내랑 2년 넘게 붙어 있으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여행을 통해 다른 부부들이 평생 나눌 대화보다 더 많은 말을 주고받은 것 같다고(웃음).”(박씨)

“세계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다들 저희를 ‘금수저’라고 생각하시더군요. 그런데 저흰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독자들이 저희 책을 읽고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씀을 해주신다면 정말 기쁠 거 같아요.”(김씨)

고교 동창인 두 사람은 2012년 2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둘은 연애할 때부터 틈틈이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직장 탓에 장기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부부는 결혼 직후부터 세계여행을 결심하고 착실히 준비했다. 사직서를 내밀 때 퇴직사유란엔 ‘세계여행’이라고 썼다.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국가들을 차례로 탐방했다. 터키에선 1년이나 머물렀다. 책에는 파란만장했던 부부의 여행기가 자세하게 담겨 있다. 각 챕터 말미엔 각 나라에서 쓴 경비 내역도 실었다.

돈이 많지 않았던 만큼 부부의 여행엔 ‘원칙’이 필요했다고 한다. 이들이 정한 원칙은 다섯 가지. ①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자 ②가계부를 꼼꼼히 쓰자 ③어딜 가든 재래시장엔 꼭 가보자 ④매일 일기를 쓰자 ⑤먹는 데엔 돈을 아끼지 말자. 김씨는 “웬만하면 걸어 다녔다. 물가가 싼 국가에선 오래 머문 덕분에 장기간 여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메밀꽃 부부’라는 필명을 쓰는 건 연애시절 첫 여행지가 메밀꽃으로 유명한 강원도 봉평이어서다. 부부는 1년간 제주에 머물며 돈을 모은 뒤 내년 3월엔 또다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이번엔 중남미 일대 국가들을 둘러볼 생각이라고 한다. 책에는 두 사람이 얼마나 여행을 사랑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글이 실려 있다.

“둘이 함께라면 앞으로 다가올 여행도, 우리가 걸어갈 길 위에서 만날 모든 일들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억들이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되어 주리라는 것을 믿는다. 확실한 건, 우리가 분명 조금 더 행복해지리라는 것. 누가 그러더라. 행복은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나중에 몰아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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