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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출점·차별화 실패… 끝내 좌초한 토종 ‘커피왕’

입력 2017-07-26 05:05:02




‘할리스’ ‘카페베네’ 등 국내 토종 커피 전문점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커피왕’으로 불렸던 강훈(49·사진) KH컴퍼니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됐다.

25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 대표가 전날 오후 5시46분쯤 서초구 반포동 자택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회사 직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강 대표는 아내와 이혼했으며, 최근 월세 원룸으로 이사해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회사 운영이 어려워 금전적으로 힘들다는 얘기를 했고 사망하기 전날에는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없으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강 대표는 1998년 김도균 현 탐앤탐스 대표와 함께 1세대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인 ‘할리스커피’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2003년에는 할리스를 매각한 이후 2008년 카페베네로 자리를 옮겼다. 강 대표가 사장으로 역임할 당시 카페베네는 연 매출 1000억원을 기록했고 최단기간 최다 매장 수 돌파 등 커피 전문점 신기록을 써내려갔다. 강 대표는 2010년 카페베네를 나와 2011년 망고식스를 론칭했고 지난해에는 쥬스식스, 커피식스 등을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기존 수익성이 악화된 망고식스 가맹점을 놔두고 업태가 중복되는 사업까지 무리하게 확장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KH컴퍼니는 결국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신청서를 제출했다.

1세대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무리한 출점 전략과 브랜드 차별화 실패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조4000억원으로 2014년 대비 30% 성장했다. 시장 전체 규모는 커지며 우후죽순 커피 전문점이 생겨났지만 외국 브랜드 스타벅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국내 커피전문점으로는 최초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몰락한 토종 커피 대표 주자는 카페베네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817억원이었고 영업손실만 134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영업손실이 18% 늘어났다. 카페베네는 2013년 가맹점 1000개를 돌파했지만 무리한 출점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해외 투자 실패로 올해 상반기 운영 점포 수가 726개로 떨어졌다. 강 대표가 처음 론칭했던 할리스는 사모펀드 운용사에 넘어간 뒤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카페 전문점과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이들 업체는 ‘대형 점포’ 위주의 출점 전략을 고집했다. 창업비용이 높아 가맹점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브랜드 차별화에도 실패했다. 최근에는 출점까지 막히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포 100개 이상, 연 매출 500억원 이상인 국내 커피전문점에 대해 500m 이내 새 점포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경우 외국계 프랜차이즈인 데다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어 출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유나 임주언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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