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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검찰개혁”에 한시로 답한 검찰총장 “누에는 따뜻하길…”

입력 2017-07-25 21:20:01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강력한 검찰 개혁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국민께서 검찰의 대변화를 바라고 계신다”며 “그것은 검찰을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검찰이 국민께 신뢰받는 기관이 되길 바라는 애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에 줄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검찰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 총장의 답변을 보았는데 (정부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리적 조정을 위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조정 자체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갖고 제3의 논의기구 구성 등 지혜를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두고도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가 (수사) 대상이고, 검찰도 포함된다. 2002년쯤 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을 때 반부패 기구로 출발했던 도입 취지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총장은 “바르게 잘하겠다. 공무원 생활을 30여년 했는데, 마지막 공직이니 제게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 총장은 임명 소감을 말하는 과정에서 한시를 인용해 검찰 수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 총장은 대만의 저명 학자 난화이진(南懷瑾)이 저작 ‘논어별재(論語別裁)’에 실어놓은 한시를 인용했다. 시는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做天難做四月天·주천난주사월천),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蠶要溫和麥要寒·잠요온화맥요한),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出門望晴農望雨·출문망청농망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採桑娘子望陰天·채상낭자망음천)’라는 내용이다. 문 총장은 “청문회를 거치면서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이 시는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 등을 두고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자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그네와 농부의 상반된 처지, 얼굴이 타지 않기를 바라는 아낙네의 어려움 등을 담고 있다. 문 총장도 고강도 검찰 개혁 목소리와 검찰 내부 반발 사이에서 개혁 정책을 밀어붙이기가 어렵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문 총장의 한시 인용이 ‘우회적 불만 표시’라는 일부 해석을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총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여야 의원의 상반된 주문 탓에 이 시가 생각났다’며 한시를 인용했다”고 강조했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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