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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모두 입지만 다 다르게 입는 옷

입력 2017-07-27 20:30:02


‘매주 평균 3.5일 입는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즐긴다.’ ‘3분의1 정도는 5∼10벌 가지고 있다.’ 이 옷은 무엇일까? 정답은 청바지. 청바지 인류학(Global Denim)은 전 세계인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의 문화적·사회적·역사적 기원과 의미에 대해 탐색한다. 인류학 역사학 사회학 분야를 연구하는 저자 9명은 청바지를 다양한 맥락에서 고찰한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우리는 거대한 전 지구적 인간성을 끌어안으면서 동시에 정반대인 개별적 인간성을 보호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며 “청바지는 이러한 모순의 표현물이면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개성은 마음껏 드러내고 싶은 순간, 가장 동질적이면서 보편적인 청바지를 입기 때문이다.

책은 일본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 한국 러시아 등 20개국에서 실시한 청바지 관련 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청바지는 1930년대 대공황기에 미국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30년대초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와 캐서린 헵번이 노동자들의 작업복 바지였던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신문과 잡지에 도배됐다. 이때만 해도 남성 비평가들은 할리우드가 ‘바지왕국’이 된 현실을 개탄하면서 청바지 유행이 여성들이 남성의 영역을 맹목적으로 따라간 결과라고 떠들었다. 그러다 30년대 중반부터 청바지는 카우보이가 입는 개척자의 옷으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청바지가 갖는 모호성과 유연성 때문에 청바지가 널리 입히게 됐다고 주장한다.

브라질에서는 특정한 청바지를 입는 파티가 있을 정도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인도 어떤 곳에선 전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성인여성의 청바지 착용이 금지돼 있다. 이처럼 책은 청바지 소비 방식을 통해 세계 각국의 문화적 코드를 읽어줄 뿐만 아니라 청바지의 철학적 의미까지 궁구한다. 청바지 마니아라면 즐겁게 볼 듯하다. 그러나 가볍고 재밌는 내용을 상상하며 폈다가 심오하고 학구적인 내용에 다소 당황할 수도.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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