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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성 호텔, 4만원 원피스…메르켈·메이 총리의 유럽식 휴가법

입력 2017-08-02 05:10:02
여름 휴가차 이탈리아의 산악 휴양지 쥐트티롤 줄덴을 찾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부부가 31일(현지시간) 하이킹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있다(왼쪽 사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부부가 휴가지인 이탈리아 데센자노 델 가르다에서 산책을 즐기는 모습. 빌트·더선 캡처


유럽을 대표하는 두 여성 총리의 휴가법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그 대척점에 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각각 이탈리아의 휴양지에서 소탈한 망중한을 즐겼다. 정치적 도전 또는 난관을 마주하고 있는 두 여성 정치 지도자들도 여름 휴가지에선 남편들과 함께 여느 중년 부부와 크게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31일(현지시간) 올해도 어김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3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는 메르켈 총리의 모습을 지면에 실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훔볼트대 화학과 교수인 남편 요아힘 자우어와 함께 올해도 지난 8년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북부의 산악 휴양지 쥐트티롤 줄덴을 찾았다. 메르켈은 자신의 친구이자 에베레스트산을 최초로 무산소로 등정한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추천으로 이곳을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으로 포착된 메르켈 총리는 편안한 등산객 복장으로 남편과 함께 트레킹을 즐기고 숙소인 현지 4성급 호텔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신문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총리 취임 초창기 휴양지에서 헐렁한 바지 차림으로 마을 산책에 나서거나 선글라스를 쓰고 시장을 돌아보는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메이 총리도 올 여름 휴가지로 이탈리아를 선택했다. 메이 총리는 금융회사 중역인 남편 필립 메이와 함께 이탈리아 북부의 휴양지 데센자노 델 가르다를 찾았다. 특히 지난달 25일 현지 호숫가 거리에서 남편과 편안한 복장으로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유의 ‘패션 감각’으로 유명한 메이 총리는 눈에 띄는 분홍색 셔츠형 린넨 원피스를 입었다. 이 원피스는 영국의 중저가 브랜드 ‘넥스트’의 제품으로 가격은 26파운드(약 3만8000원)로 알려졌다.

24일부터 휴가에 들어간 메이 총리는 이탈리아에 이어 스위스 알프스 산간지역으로 이동해 모두 3주간의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산적하고 시급한 현안들을 잠시 뒤로 하고 휴가를 통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이들은 짐짓 태연해 보이지만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독일 국민들과 유럽연합(EU)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메르켈 총리이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빌트도 총리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별개로 ‘테러와 난민,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세 가지 쟁점을 제시하며 “총선을 앞두고 이것들이 여전히 메르켈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의 상황은 더 심각하고 복잡하다. 오는 28일 시작될 영국과 EU 간 3차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앞둔 메이 총리는 ‘질서 있는 탈퇴’에 대한 이견으로 영국 내각의 충돌 조짐에 직면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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