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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거북이 알 낳아요”… 그리스 섬서 관광객 발 묶인 사연

입력 2017-08-03 00:10:01
사진=그리스관광청 홈페이지


“오늘은 비행기가 들어올 수 없습니다. 붉은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기간이거든요.”

그리스 자킨토스섬(사진)에 관광객들의 발이 묶였다. 이오니아 제도의 그림같은 섬에서 휴가를 보낸 탑승객들을 영국 런던 게트윅 공항으로 실어나를 예정이었던 이지젯항공 여객기가 날개 부위 기체 결함으로 이륙하지 못한 것이다. 재빨리 다른 비행편을 예약한 운 좋은 승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승객들은 이틀이 지난 뒤인 2일(현지시간)에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거북 때문에 대체항공편이 취소된 탓이다. 자킨토스 공항은 이오니아 제도에 있는 유일한 공항이다.

자킨토스 또는 잔테라고 불리는 이 섬엔 멸종 위기에 처한 붉은바다거북이 많이 서식한다. 그리스의 바다거북 보호단체 아켈론은 자킨토스 섬에 500개 정도의 거북 둥지가 존재하고 있는데,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오염과 포획, 해안 개발 등이 생존을 위협한다. 이런 이유로 자킨토스 섬은 붉은바다거북 개체 보호를 위해 여름철 산란기간에는 해안가 인근 비행을 제한해왔다. 빛과 소음이 산란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붉은바다거북은 한 번에 110여개의 알을 낳는다.

분통이 터진 승객들에게 항공사는 거북 대신 양해를 구하며 거듭 사과했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불편을 겪은 승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항공사의 ‘속수무책’에 대해 질타했다. 승객 레베카 클라크는 트위터에 “공항에서 이틀을 보내고 있다”면서 “대체 항공편도 오지 않고 항공사 직원들이 직접 와서 상황을 설명해주지도 않는다”고 비난했다.

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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