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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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삶] 음악 분수

입력 2017-08-03 18:05:01
예술의 전당 음악분수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전국 곳곳에서 음악 분수가 잠 못 드는 시민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음악 분수는 시원한 물줄기와 음악, 빛과 색채가 어우러진 공감각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색을 보고 소리를 떠올리는 색청(色聽)은 인간이 가진 감각기관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시각과 청각 간의 상호 전이 현상이다. 그뿐만 아니라 글자가 특정한 색으로 보인다거나 냄새를 보는 등과 같은 능력을 갖춘 공감각자는 세계인의 2%가량으로 기억력과 예술성에서 뛰어난 독창성을 발휘한다고 알려졌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음악과 색깔을 연계시키려는 시도를 해왔다. 국악에서 5음계인 궁상각치우는 오행을 기반으로 한 오방색인 ‘파랑-각, 빨강-치, 노랑-궁, 하양-상, 검정-우’와 짝을 맺는다. 한방에서는 이를 오장(五臟)과 연관 지어 음악치료에 활용하기도 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밝고 선명한 색에서 높은음을 강렬하게 느끼는 효과를 피아노와 음률과 연결하려는 노력을 했다.

실제로 색과 소리는 파장과 진동이라는 물리적 성질을 공유하기 때문에 모든 소리는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음악에서 도미솔은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과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요즘 우리가 보는 음악 분수는 소리의 크기와 물줄기, 빛의 밝기와 색깔로써 눈과 귀에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를 디지털 정보로 정교하게 설계하면 진정한 음악 분수가 가능하다.

음악을 색으로 표현하는 기술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컴퓨터에서 빨강 초록 파랑 색상 정보를 소리의 진폭 데이터와 연계하면 된다. 수많은 악기 소리가 제각각 색으로 등장해서 화려한 색으로 빛나는 베토벤 교향곡을 감상할 수 있으니 머지않아 눈으로 음악을 보는 미디어아트가 보편화하리라 기대해본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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