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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보안검색 받다 유럽 여름휴가 가을에 가겠어요ㅠ”

입력 2017-08-03 18:10:01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승객들이 테러 이후 더욱 강화된 보안검색을 통과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유럽이 잇단 테러로 출입국 보안검색을 강화하면서 휴가철 주요 공항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랑스의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파리 오를리공항의 모습은 마치 옛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 시절 인민들이 가게 앞에 줄 서 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출입국 수속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공항이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있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휴가철에 돌입하자 인기 휴가지의 공항은 비상사태다.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요르카, 이탈리아 밀라노, 벨기에 브뤼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는 공항 대기시간이 4시간에 달할 정도다. 어떤 비행기는 출입국 심사가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승객이 반밖에 탑승하지 못한 채 출발하기도 했다.

특히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영국에서는 승객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유럽 대륙으로 건너오기 위해 추가적인 신원 확인 작업이 복잡한 탓이다. 현지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1년 중 영국 공항이 가장 혼잡한 시기인 이번 주말에는 항공편의 출발 지연을 2시간 정도 예상해야 한다”면서 “마요르카를 오가는 사람 수만 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국 항공사들은 휴가철을 대비해 유럽연합(EU) 파트너들에게 미리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정부 당국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교통부에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입국 수속이 오래 걸려서 비행기를 타지 못할 경우 이는 항공사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EU의 규정 역시 승객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당분간 이 같은 혼잡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검색을 강화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이는 안전에 대한 값을 치르는 것”이라며 “한 가지를 얻으려면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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