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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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좋은 일로 人口에 오르내리는 ‘회자’

입력 2017-08-05 05:05:04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그리고 공재 윤두서,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은 조선 후기 화단의 삼원삼재(三園三齋)로 회자된다.”

회자(膾炙)는 칭찬을 들으며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른다는 말입니다. 원래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이지요. 여기서 회는 생선회가 아니라 육회입니다. 지금은 어디서든 생선회를 쉬이 먹을 수 있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바닷가 사람이 아니면 구경도 못했지요. 膾에서 月(육달 월)은 肉(고기 육)을 대신하는 부수입니다. 肥(살찔 비) 같은 자에 쓰이지요. 고기가 썩는다는 뜻의 腐(썩을 부, 부패) 등에는 肉이 그대로 있습니다.

炙는 불(火)에 고기(月)가 얹어진 형상이지요. 숯불에 석쇠를 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을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炙는 ‘적’으로도 읽는데 고기를 길쭉하게 썰어 양념한 뒤 대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을 산적(散炙)이라고 합니다.

회자는 사람들이 회와 구운 고기를 좋아해서 자주 입에 대듯 좋은 일로 사람들의 말거리에 자주 오른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입니다.

훌륭한 인품으로 귀감이 되고 빼어난 작품을 남겨 후세의 자랑이 되는 이들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도 길이 회자될 것입니다. 그러나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그 이름이 세상에 퍼진 자들은 회자되는 게 아니라 두고두고 욕을 먹게 될 것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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