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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자식 軍보냈더니… 사령관 공관 노비 노릇

입력 2017-08-05 05:05:04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 부부가 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렸다는 군인권센터의 제보는 국방부 감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손목시계 타입의 호출 벨(전자팔찌)을 착용토록 하고 아들의 빨래를 시키는 등 공관병을 개인 집사처럼 부렸고, 공관병 요리를 탓하며 부모를 모욕하거나 전을 집어던지는 등의 인격모독 역시 사실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 행태가 형사처벌 대상의 가혹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박 사령관은 공관 마당에 개인용 미니 골프장을 차려놓고 공관병에게 골프공을 줍게 했다. 텃밭 가꾸기도 공관병 업무의 하나였다. 박 사령관의 텃밭은 일반적인 주말농장보다 4∼5배 넓었다고 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4일 “텃밭 농사는 일과시간 오후에 공관장과 운전부사관이 많이 하는데 공관병도 같이 상추 수확을 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박 사령관 부부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수시로 벨을 눌러 물 심부름 등의 수발을 들게 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문 대변인은 “참모차장 시절 손목시계 타입의 호출 벨을 착용한 공관병이 한 명 있었고, 공관에서는 식당에서 사용되는 ‘버튼 벨’을 냉장고 위에 올려놓은 뒤 손님이 왔을 때 사용했다”고 말했다. 박 사령관은 7군단장 시절부터 호출 벨을 사용했다고 한다.

박 사령관 부인의 폭언은 일상이었다. 떡국에 떡이 붙어 있다며 화를 내 조리병이 뜨거운 떡을 맨손으로 떼어낸 일 역시 사실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박 사령관 부인은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조리병 앞에서 칼로 도마를 내리치기도 했다.

인격모독 역시 다반사였다. 박 사령관 부인은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희 엄마가 이렇게 해주었냐, 이렇게 가르쳤냐”며 부모에 대한 모욕을 했고, 휴가 나온 아들에게 간식으로 전을 챙겨주라는 지시를 어기자 전을 공관병 얼굴에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군 관계자는 “부인은 ‘아들이 운동 후 옷을 벗어둬서 냄새가 나는데 왜 이렇게 뒀느냐’는 뉘앙스로 말했지만 공관병들은 이를 ‘왜 빨래는 안 했느냐’는 질책으로 들어 이후부터 빨래를 했다”고 말했다.

공관병들에게는 박 사령관의 자녀 역시 ‘상전’이었다. 공관병들은 첫째 아들이 밤늦게 귀가하면 간식을 준비했고, 인근 부대에서 병사로 복무 중인 둘째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바비큐 파티를 마련했다고 제보했다. 운전부사관이 아들을 위해 박 사령관의 개인차량 운전사 역할을 한 것 역시 사실로 드러났다. 공관병들은 휴가 나온 아들의 속옷 빨래까지 도맡았는데, 박 사령관 부인은 “속옷에 주름이 졌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고 공관병들은 증언했다.

공관병들은 박 사령관 가족 뒷바라지가 사실상 ‘직무’였다. 가족의 빨래나 다림질, 옷 관리는 기본이었고 화장실 청소나 안방 블라인드 치기, 소파와 바닥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 청소까지 해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박 대장은 전체적으로 책임감을 통감하지만 의혹 전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고, 부인도 개별적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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