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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44도 ‘악마의 폭염’… 알프스도 열대야

입력 2017-08-07 05:05:08
‘사탄’으로 비유될 정도로 불가마 같은 더위 때문에 유럽 전역이 펄펄 끓고 있다. 길에선 시민들이 체면 차릴 새 없이 분수에 뛰어들고, 수도와 전기 소비량이 치솟고 있다. 유럽의 지붕인 알프스에서조차 열기가 느껴지는 지경이다. 유럽뿐 아니라 북미와 중국에서도 40도를 넘나드는 가운데 고온 경보가 계속되는 등 지구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서 최근 더위가 지독해 ‘루시퍼’(성경에 나오는 사탄)로 불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기온이 40도를 웃돌 경우 업무를 중단하고 외출과 음주를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리스 정부는 낮 기온이 39도를 넘어서자 수도 아테네의 유적지를 폐쇄하기도 했다. 세르비아 보건 당국은 냉방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가정에 대해 “창문에 젖은 수건을 걸어두고 물을 많이 마시라”는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놨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한 시민은 “이번 더위는 너무나 심하다. 숨을 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남부 유럽에선 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었다. 사르데냐섬의 카포 산 로렌초 등 일부 지역에선 체감온도가 무려 63도에 이르기도 했다. 스페인에서도 전체 50개 주 가운데 31개 주에서 기온이 44도까지 치솟았다. 슬로베니아의 알프스 지역에서도 이례적인 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 해발고도 1500m에서 기온이 20도를 넘어섰다.

기록적인 더위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남부 유럽에서 발칸반도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체에서 폭염으로 인한 입원자 수는 15%가량 뛰었다.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루마니아에서 45세 남성이 밭에서 일하다 쓰러져 숨졌으며 60세 남성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유럽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폭염과 가뭄이 발생하면서 올리브와 포도 재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이탈리아의 올리브 수확량은 예년 대비 50%, 와인 생산량은 1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학자들은 “남부 유럽에서 여름철 찌는 듯한 더위는 종종 발생한다”면서 “그러나 이런 고온 현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는 최근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기후변화를 방치할 경우 오는 2100년쯤에는 유럽에서 매년 15만2000명이 혹서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남부 유럽에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지목됐다.

이상고온 현상은 유럽에 국한된 게 아니다. 미국에선 서부 시애틀 등지에서 40도에 가까운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대륙도 이날 시베이와 화베이, 황화이 중서부, 쓰촨 분지, 충칭 등지에서 최고기온이 39도에 이르고 일부 지역은 40도를 넘어섰다. 중국 기상대는 고온 황색경보를 지속 발령하며 노약자 등의 외부활동 자제와 전선·변압기 과부하에 따른 화재 등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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