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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 韓-美, 냉랭했던 韓-中

입력 2017-08-06 18:05:01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두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 제재 이행방안 등을 논의했다(위 사진). 뉴시스/ 이용호 북한 외무상(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6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회의장(PICC)에서 열린 북·중 양자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엔의 신규 대북 제재 등을 논의하고 있다(아래 사진). AP뉴시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6일 필리핀에서 개최된 한·미,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한·미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유엔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환영하며 회담 내내 친밀함을 부각했다. 반면 한·중은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취재진 앞에서 ‘찬물’ 발언을 할 때 특유의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좋은 결과(good outcome)”라고 운을 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매우 매우(very very) 좋은 결과”라고 호응했다. 평소 언론 접촉을 꺼렸던 틸러슨 장관은 모두발언 중 튀어나온 돌발 질문에도 답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취재진이 ‘안보리 결의 이후 다음 단계 대북 압박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우리는 그것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도 회담이 끝나고 기자들에게 직접 논의 내용을 설명했다. 강 장관은 “논의가 폭넓고 좋았다”며 “안보리 결의의 성공적 채택을 평가하고, 채택 과정에서 우리와 긴밀히 협의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또 “유엔 결의안에 실질적 효과가 있을 내용들이 담겨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한·미 회담은 낮 12시(현지시간)부터 35분간 진행됐다. 7일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어 3국의 대북 압박 공조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한·중 외교장관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담에서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헤어졌다. 왕 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대중 관계를 개선하고, 과거 잘못된 행동과 중국 측의 정당한 관심사항에 대한 배려를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반드시 지적해야 하는 일”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왕 부장은 “지난 7월 28일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서둘러 결정했다”며 “이는 개선되고 있는 (한·중) 양자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 맞은편에 있던 강 장관은 “양국 관계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런 어려움은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담 종료 후에도 양국은 평행선을 달렸다. 왕 부장은 기자들에게 “사드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고, 강 장관은 “심도있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내놨다.

한·중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관심사인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보복 조치 관련해선 시간 관계상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50분 넘게 진행됐지만 순차 통역을 감안하면 실제 회담 시간은 30분 남짓이라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마닐라=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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