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양자회담은 1년 전과 달리 싸늘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에 전통적 우방인 중국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왕 부장은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장인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이 외무상과 회담을 가졌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최근 조선(한)반도 정세가 고도로 복잡하고 민감해졌다. 중·조(북) 관계도 이 때문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현재 정세는 위기가 임박한 임계점인 동시에 대화로 복귀하겠다는 결단을 내릴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왕 부장은 이 외무상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을 저지르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최근 유관국이 대외적으로 발신한 일련의 적극적 신호를 잡아야 한다. 자국 인민과 역내 평화에 책임을 지는 올바른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외무상은 왕 부장 발언에 북핵 문제와 관련한 자신들의 기본 입장을 밝힌 후 “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과 소통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왕 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북·중 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언급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라오스 비엔티안 ARF 당시 왕 부장은 이 외무상에 “중·조는 이웃 국가로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있다”면서 “중국 측은 중·조 간 우호협력을 언제나 중시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이 외무상을 각별히 대우하는 모습을 한국 취재진에게 의도적으로 노출함으로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