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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악몽’ 떨친 김인경, 5년 만에 ‘메이저 퀸’

입력 2017-08-07 18:15:01
김인경이 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뉴시스


‘30㎝ 퍼트 실수 악몽’은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2012년 4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4라운드 18번홀(파5). 그는 30㎝ 거리의 파 퍼트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성공하면 ‘메이저 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볼은 야속하게 홀 주위를 돌더니 밖으로 나왔다. 연장전으로 끌려간 그는 결국 유선영(31)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눈물을 흘렸다. 그 충격 때문인지 이후 그는 메이저대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집착할수록 메이저대회 우승컵은 멀어져 갔다. 마음을 비운 김인경(29·한화)은 마침내 5년 전 한을 풀었다.

김인경은 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697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총상금 325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했다. 이번 시즌 숍라이트 클래식과 마라톤 클래식을 제패한 김인경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3승을 수확해 다승 1위로 나섰다.

통산 7승을 첫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장식한 김인경은 “오늘 경기 시작 전에 많은 분이 우승할 거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런데 저라도 저 자신한테 ‘우승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기를 해 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경기했더니 떨지 않고 침착할 수 있었던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5년 US여자 주니어선수권 정상에 오른 김인경은 아마추어 시절이던 이듬해 12월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1위로 통과했다.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김인경은 이듬해 10월 롱스드럭스 챌린지에서 첫 우승을 일궈냈다. 2009년엔 스테이트팜 클래식, 2010년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정상에 올랐다. 잘 나가던 김인경은 ‘나비스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주춤했다.

김인경은 슬럼프에서 탈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단식 수련을 하는가 하면 인도에서 요가 명상을 하기도 했다. 마음을 수련한 김인경은 한층 강해진 정신력으로 무장한 채 돌아왔다.

김인경은 지난해 10월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6년 만에 통산 4승째를 달성했다. 한 번 맥이 뚫리자 우승행보는 거침 없었다. 이후 불과 10개월 만에 3승을 추가하며 제 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동갑내기 박인비에 다소 가려졌던 그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LPGA 투어 최강자로 거듭 났다. 김인경은 이날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9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21위에서 무려 12계단을 뛰어오른 것이다.

한편, 김인경이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제패하면서 4주 연속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시즌 열린 22개 대회 중 12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가져갔다. 앞으로 남은 12개 대회에서 4승을 추가하면 2015년 달성했던 한국 선수 최다승인 15승을 넘어서게 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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