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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多 이겼소… 역대 시즌 최다승 가능성

입력 2017-08-09 05:05:04


“이기는 것이 지겨운가.”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메츠전에서 LA 다저스가 8대 0 대승을 거둔 후 한 기자가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던진 질문이다. 로버츠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아니다. 우리 팀이 상황, 상대편에 관계없이 항상 이길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오고간 이 같은 질의·응답은 다저스의 최근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8일 현재 111경기를 치르며 79승 32패(승률 0.712)를 기록 중인 다저스는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및 MLB 승률 1위를 질주 중이다. 51경기를 남겨뒀는데 이런 추세라면 115승까지 가능하다.

최근 경기 페이스는 더욱 경이적이다. 다저스는 최근 51경기에서 44승을 거두며 9할 가까운 승률을 올리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MLB 역사상 시즌 최다승 기록인 116승(1906년 시카고 컵스·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팀당 162경기 체제가 시작된 1961년 이후 승률 7할 팀이 두 번(1998년 뉴욕 양키스·2001년 시애틀) 밖에 없었는데, 다저스도 7할 승률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4년 연속 지구 1위에 오른 강팀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했고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는 등 결정타가 부족했다. 올 시즌 다저스는 월등히 진화하며 리그 어떤 팀도 범접할 수 없는 경기력을 갖췄다. 다저스는 어떻게 최강팀이 됐을까.

우선 투수진이 빈틈이 없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3.07로 MLB 전체 1위다. 예전에도 지구상 최고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버티는 선발진은 강했지만 지금은 선발 불펜 마무리 모두 약점을 찾기 어렵다. 커쇼는 현재 부상으로 빠졌지만 15승(2패)으로 MLB 다승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뒤를 13승(1패)으로 커리어 하이의 알렉스 우드가 받치고 있다. 여기에 리치 힐, 마에다 겐타, 류현진 등 타팀의 1·2 선발급 선수들이 포진돼있다. 일본인 특급투수 다르빗슈 유 마저 영입하며 설령 부상자가 나와도 여유있게 막강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지난해보다 구위가 몰라보게 좋아진 페드로 바에즈와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한 브랜든 모로우의 불펜진은 철벽수준으로 좋아졌다. 28세이브의 켄리 잰슨은 올 시즌 MLB 세이브 3위의 위용을 뽐내며 뒷문을 단단히 잠그고 있다.

젊은 강타자들의 등장과 성장은 과거 다저스와 가장 차이나는 점이다. 지난해 NL 신인왕인 코리 시거(23·타율 0.308)와 올 시즌 혜성 같이 등장한 신예 코디 벨린저(22·32홈런)는 타선의 무게감을 실어줬다. 여기에 올해 부쩍 성장한 크리스 테일러(26·0.312)는 최고의 1번 타자로 자리잡았다. 내셔널리그 타격 1위에 랭크된 저스틴 터너까지 생애 최고 활약을 선보이며 쉬어가는 타선이 없어졌다.

젊은 선수 틈바구니에 있는 39세의 노장 체이스 어틀리의 역할도 무시못한다. 어틀리는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몸 상태를 항상 만들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주문하며 팀 분위기를 다잡아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MBC스포츠플러스 이종률 MLB 해설위원은 “어틀리가 ‘팀 승리를 위해 올인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젊은 선수들이 각성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구단의 꾸준한 투자로 불펜진이 특히 강해졌고 선발진도 구축을 잘 했다”며 “타선도 세대교체와 선수층 강화로 올해 기량이 절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선수 간 경쟁을 통해 팀 체질을 개선한 2년차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리더십도 한몫하고 있다. 이 위원은 “로버츠 감독이 팀 내 경쟁 구도를 만들면서 선수들은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에다와 류현진의 선발 경쟁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스타 선수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과감한 판단력으로 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하면서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역사를 만들고 있는 다저스가 정규리그 최다승 등 각종 기록과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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