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종합

이구동성 “북핵 비판”… 北, 국제적 ‘왕따’ 현실화

입력 2017-08-08 18:40:01
강경화 외교부 장관(뒷줄 오른쪽 다섯 번째)이 8일 필리핀 마닐라 인근 파사이의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일곱 번째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뉴시스


이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이 8일 아세안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곁을 지나치고 있다. AP뉴시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창설 50주년 기념행사를 끝으로 8일 막을 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ARF는 그동안 북핵과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파워게임으로 주목받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북핵 문제가 최대 이슈로 다뤄졌고, 북한 핵 보유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의지는 한층 강경해졌다.

ARF 참석 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회의 기간인 6∼8일 중국 러시아 필리핀과 양자회담을 했다. 북한은 아세안 여러 국가에 양자 회담을 요청했지만 아세안 측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은 이 외무상이 입국하기 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강한 우려를 표하는 별도의 한반도 성명을 발표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북측과 1대 1로 만나면 대북 메시지가 희석될 수 있다고 보고 회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 외교장관이 대표로 이 외무상을 만나 한반도 성명에 담긴 뜻을 다시 한 번 전달하는 정도의 형식적인 조치만 취했다.

이 외무상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지만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이날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접견 행사가 열렸지만, 이 외무상과 대화하는 각국 외교장관은 많지 않았다. 강경화 장관 역시 이 외무상과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강 장관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ARF의 3대 안보 현안인 북핵, 남중국해, 테러 중 북핵 문제가 최우선 현안으로 부각됐다”며 “거의 모든 회의에서 참가국이 북핵 문제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했던 비난의 화살을 우리 정부에게로 돌렸다. 북한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변인 성명에서 문재인정부를 ‘괴뢰패당’으로 지칭하며 “동족을 외세의 아가리에 밀어넣어서라도 상전의 환심을 사보려는 친미사대매국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에 한국이 동조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북한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괴뢰보수패당’ ‘역적패당’이라고 해왔는데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도 이런 표현을 쓴 건 처음이다. 북한은 다른 성명에선 “실제적인 정의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며 추가 도발을 시사했다.

ARF 결과물인 의장성명은 이날 밤 늦게 채택됐다. 앞서 우리 정부는 성명 초안에 대한 의견을 올해 의장국인 필리핀에 제출했다. 회원국 의견을 취합해 최종 성명을 발표하는 건 의장국 권한이다.

우리 정부는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외교 다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것도 성과로 꼽고 있다. ARF는 아세안 10개국과 남북, 미·중·일·러 등 모두 27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안보협의체다.

마닐라=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