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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국가 일본 비결은 소소한 행복 찾는 ‘이키가이’

입력 2017-08-09 05:05:04
출근길 지하철에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초밥 속 밥알처럼 빈틈없이 차 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야근도 잦다. 막차는 일에 지친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리나라와 꼭 닮은 이웃나라 일본의 풍경이다. 하지만 일본은 세계적인 장수 국가다.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이키가이(生きがい)’라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최근 노동관과 생활방식의 변화에 따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영국 BBC가 일본의 이키가이를 7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BBC는 이키가이에 대해 “삶을 뜻하는 ‘이키’와 가치를 뜻하는 ‘가이’가 합쳐진 단어로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 ‘사는 보람’ 정도로 해석된다”면서 “영어로는 마땅히 옮길 단어가 없지만 ‘삶의 행복’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키가이의 핵심은 삶의 목표를 직업적 성공이나 높은 소득에만 두지 않는다. ‘이키가이에 대하여’라는 책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카미야 미에코는 “이키가이는 지금 당장 불행하더라도 행복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일상의 무언가”라고 설명한다. 이키가이는 소득과는 전혀 상관없을 수 있다. 누군가에겐 이키가이가 일(업무)일 수도 있겠지만 2010년 일본에서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신의 일이 이키가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삶에서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지 않다면 나이 들어 은퇴한다고 해서 심각하게 우울할 것도 없다. 다양한 이키가이를 찾을 수 있다면 은퇴 후에도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남성의 경우 81세, 여성은 87세다. 일본에서도 특히 오키나와 지역은 100세 이상 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장수의 비결엔 항산화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식이요법도 있지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즐김으로써 삶 자체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이키가이도 주효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오키나와의 노인들은 자신이 축복받았으며, 젊은 세대에게 지혜를 전해줄 의무감을 느낀다. 이곳에선 80세 이상만 멤버에 지원할 수 있는 댄스그룹인 ‘할미돌’ KBG84도 탄생해 화제를 모았다.

‘블루존’(장수 지역을 일컫는 말)이라는 책을 쓴 댄 부에트너는 “‘나만의 가치, 내가 하기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의 리스트를 작성하면 자신의 이키가이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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