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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發 ‘살충제 계란’ 스캔들, 유럽 전역 일파만파

입력 2017-08-09 05:05:04
‘살충제 계란’ 사태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자 독일 정부가 7일(현지시간) 정식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독일 뮌스터의 수의과조사실에 검사를 앞둔 계란팩이 쌓여 있다. AP뉴시스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촉발된 ‘살충제 계란’ 파문이 독일과 프랑스 영국 스웨덴 스위스 등 전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벨기에 보건 당국은 지난 6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바로 공개하지 않아 사태 확산의 진원지로 비난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벨기에서 처음 발견된 ‘살충제 오염’ 계란이 네덜란드와 독일을 통해 프랑스 영국 스웨덴 스위스 등으로 수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자국 내 식품 제조공장 2곳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바다 건너 영국에도 지금까지 2만여개의 살충제 계란이 수입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파문은 지난달 19일 벨기에 정부가 자국산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웃나라들의 계란에서도 같은 성분이 나왔고, 해당 국가들은 역학조사와 함께 수사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는 벨기에의 한 살충제 유통업체가 가금류 진드기 퇴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불법으로 독성물질을 섞어 유럽 양계농가에 공급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피프로닐은 맹독성 살충제로 식용 동물에게는 사용이 전면 금지돼 있다. 일정 기간 다량의 피프로닐이 인체에 흡수되면 간과 갑상샘, 신장 등이 손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이 심각한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에서는 수백만개의 달걀이 폐기 처분됐고 피프로닐 오염이 의심되는 가금류 농장들도 일시 폐쇄됐다. 네덜란드는 국가 전체 가금류 농장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38개 농장을, 벨기에는 4분의 1 정도인 57개 농장에 대해 운영을 중단시켰다. 이미 산란계 30만 마리를 살처분한 네덜란드 정부는 앞으로 수백만 마리를 추가 살처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의심 계란 제품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판매중단 조치가 내려졌고, 프랑스 영국 스웨덴 스위스 등도 수입 계란을 검사해 문제가 발견되면 폐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나라들은 계란 외에 계란 가공식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됐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식품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식품업계는 오염된 계란이 사용됐다고 해도 그 농도가 낮아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식품 감시 소비자단체 ‘푸드워치’는 “사람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경제 논리로만 이번 사태를 지켜봐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벨기에 보건 당국은 지난 6월 초 살충제 계란이 유통됐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면서도 이를 뒤늦게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벨기에 식품안전담당기구(FASNK)는 6일 “한 관련 업체가 (6월 초)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FASNK는 “당시 검출량이 EU 기준치를 넘지 않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늑장 대응으로 유럽 전역을 계란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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