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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발언할 자유? 구글 직원 해고 논란

입력 2017-08-09 23:20:01


구글이 사내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자 실리콘밸리에 ‘이념 전쟁’이 벌어졌다. “성차별적 발언이 과연 해고까지 당할 만한 일인가”라는 쟁점에서 시작해 “이상적(ideal)이라고 여겨지는 게 아니라면 자신의 의견을 말해선 안 되는 분위기가 정상적인가”라는 논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하며 기술산업계에서 이념의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볼 때 여자는 엔지니어 일에 부적합하다. 임금 격차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는 내용의 내부 메모를 돌린 엔지니어 제임스 대모어에 대해 “구글의 윤리강령을 위반했다. 잘못된 고정관념을 퍼뜨리는 글”이라며 해고를 통보했다.

그러나 구글의 조치는 예상 밖의 반발을 불러왔다. 해고당한 대모어는 “나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부당해고를 주장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검열은 패자(looser)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대모어를 채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NYT는 실리콘밸리가 실제로 다수의 남성과 백인으로 구성돼 있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해 왔으며 여성, 이민자 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는 것은 터부시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런 이유로 지난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유독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페이스북 이사회 멤버이자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티엘, 리드 헤이스팅스 넥플릭스 CEO 등이 트럼프를 지지했다가 비난받았다. 오큘러스의 공동창업자 팔머 러키는 친트럼프 정치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회사를 그만뒀다. 페이스북 측은 그가 회사를 떠난 것이 정치적인 신념과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러키는 입을 닫았다.

일부 실리콘밸리 인사들은 업계에 정치적 획일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지난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던 마크 안드레센 페이스북 이사는 지난 5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실리콘밸리에 존재해 온 이런 ‘소수의 반대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피력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컬럼비아경영대 애덤 갈린스키 교수는 “어떤 의미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고 여겨지던 것들을 표현하도록 ‘허가’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구글의 이런 행보는 오히려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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