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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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삶] 갈색 커피

입력 2017-08-10 18:15:01
커피 원두


일본에 거주하던 당숙께서 자갈길 신작로에 뽀얀 먼지를 날리면서 승용차를 몰고 나타났다. 열 살 무렵, 처음 커피라는 물건을 대면하던 바로 그날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시골에서 보지 못했던 가루커피는 검붉은 색깔과 탕약 같은 맛으로 뇌리에 남았다. 먹을거리가 귀했던 시절에 맛본 커피는 나이 들어가며 다방에서, 그 후로는 커피믹스로 길들어갔다.

인어아가씨가 들어간 초록 로고의 미국 커피전문점이 1999년 이대 옆에 1호점을 내면서 우리나라 커피문화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약 1000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출발한 커피는 중동지역을 거쳐 17세기 중엽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오늘날 원유 다음으로 엄청난 교역량을 보이면서 세계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액체이기도 하다. 구한말 서양인이 가져왔던 커피를 맛본 고종 황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마니아가 되었다.

커피는 빨갛게 익은 열매 껍질을 까고 말린 뒤 볶아서 가루를 내고 뜨거운 물로 걸러낸 음료다. 빈(bean) 또는 원두라고 부르지만, 생김새만 콩이다. 로스팅(roasting)에 따라 원두 색은 다르다. 연두색을 띠는 생두는 열을 받으면서 누런색에서 갈색으로 바뀌고 고온에서 오래 볶을수록 진한 갈색이 된다.

갈색은 바싹 마른 삼베를 뜻하는 갈(褐)의 섬유 색이다. 달걀처럼 연한 담갈색, 검은빛을 띤 회갈색, 그 외 황갈색, 고동색, 흑갈색 등 성질과 밝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짙은 갈색은 강하고 구수한 맛을 연상시킨다. 초콜릿, 맥주, 빵 또한 그러하다. 갈색은 자연의 색이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적당하다. 그래서 인테리어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색이기도 하다.

짙은 갈색은 빨강에 약간의 파랑과 노랑이 섞인 색이다. 삼원색이 모두 들어간 짙은 갈색은 어떤 배색에도 잘 어울리는 중립의 색으로 패션으로도 무난하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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