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종합

“자기들이 죽는데 쏘겠나”… ‘괌 도발’ 아직은 협박용에 무게

입력 2017-08-10 18:25:01


북한이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시도하고 있다. 전쟁 위기를 고조시켜 미국 측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속셈이다. 아직은 미국을 겨냥한 협박용에 가깝지만 실제 발사할 경우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발사는 미국, 일본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간주돼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북한은 아직 괌에 미사일을 쏘겠다고 확정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북한은 괌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 중이라면서 이달 안에 사격 계획을 완성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할 것이라고만 주장했다. 김 위원장 의중에 따라 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당분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타협적인 태도를 유지한 채 또다시 위협적인 ‘말 폭탄’을 쏟아낼 경우 북한이 무모한 감행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은 관영 언론을 통해 괌 포위사격 계획을 밝히면서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 주민들에게도 ‘대미 항전’ 의지를 호언장담한 상태다.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김 위원장의 위신이 실추된다는 얘기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0일 “북한은 ‘괌 포위사격을 인민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부분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높게 보는 근거 중 하나”라며 “북한이 공식 매체에 발표하는 것은 인민에 대한 약속이다. 인민에게 공개한 것을 하지 않으면 지도자의 권력에 문제가 생긴다. 이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이 계획대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일 양측에 선전포고문을 보내는 것과 다름없다. 일단 일본 영공을 통과하는 것부터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를 일본 영공으로 통과시켜 일본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대포동 1호 발사 명분은 ‘인공위성 발사체’였지만 ‘화성 12형’은 북한 자신도 탄도미사일이라고 인정한다.

특히 화성 12형 4발 중 한 발이라도 미국 영해인 괌 인근 12해리(22.224㎞)에 떨어진다면 미국에 침략행위를 저지른 것이 된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미사일이 미국 영해에 떨어진다면 국제법 위반이고 타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침략행위”라면서 “일본 영공을 통과하는 것 역시 불법 침범으로서 국제법상 영토주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 즉시 요격미사일로 격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격 단계는 다양하다. 우선 바다에서 미·일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로 요격한다. SM-3는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실패하면 괌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로 막는다. 만약 미사일이 미국 영해에 떨어진다면 미국이 ‘비례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북한 영해에 떨어뜨리거나 화성 12형 발사 원점을 정밀 타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태가 급속히 악화돼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극도로 커진다. 북한은 지난 9일 “미국의 무모한 선제타격 기도가 드러나는 즉시 전면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은 화성 12형을 괌으로 쏘면서 다른 모든 미사일과 방사포, 자행포 등의 포문도 열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