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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인도 국경싸움에… 네팔 힘겨운 줄타기

입력 2017-08-11 05:05:04


중국과 인도의 국경 대치 속에 네팔이 딜레마에 빠졌다. 인도의 전통 우방국이던 네팔은 최근 들어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에 밀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촉즉발의 양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느 쪽에도 밉보이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왕양 부총리가 오는 14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네팔을 방문한다고 10일 전했다. 미묘한 시기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왕 부총리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관련된 투자를 논의하는 한편 양국의 고위급 상호방문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인도와의 국경 분쟁 과정에서 중국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눈치도 봐야 하는 네팔은 최대한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왕 부총리의 네팔 방문 후 바로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 네팔 총리는 23∼27일 인도를 방문한다. 데우바 총리의 귀국 후에는 크리슈나 바하두르 마하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을 찾을 예정이다.

네팔은 중국·인도의 국경 분쟁에 철저히 중립을 지키고 있다. 네팔은 인도 뉴델리와 중국 베이징의 자국 대사관을 통해 “분쟁과 관련해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 독립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하라 부총리도 언론에 “네팔은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에 휘말리거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인도 영향권에 있던 네팔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2015년 7월부터 1년간 네팔이 받은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40%가 중국 몫일 정도다. 중국은 그동안 인도가 독점했던 네팔 내 인터넷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어 이달부터 중국의 광통신 네트워크를 네팔까지 확대했다. 중국 칭다오 해양대 팡중잉 교수는 “파키스탄을 제외하고 네팔 등 남아시아 국가들은 인도의 영향력 아래에서 지내며 문화를 공유했다”며 “하지만 점차 경제 분야에서 중국에 의존하게 되면서 양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인도의 무장 병력이 대치 중인 국경지역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도는 지난 6월 16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도카라(중국명 둥랑·부탄명 도클람) 지역의 국경 분쟁에 대응해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산악전에 뛰어난 200명 이상의 인도 보병부대가 미국 워싱턴주 루이스-매코드 합동기지에 파견돼 미군과 합동훈련을 펼친다. 다음 달 14∼27일 실시되는 이번 훈련의 목적은 특수 작전지역에서 야전 기습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히말라야 접경 지역에서 대치 중인 중국군을 겨냥한 것임을 암시한다. 미 국방부는 의회에 합동훈련 계획을 보고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인도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인도가 이 지역에서 중요한 안보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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