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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 악몽 12년… 4시간 폭우에 또 잠긴 뉴올리언스

입력 2017-08-10 18:30:01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의 한 식료품점이 홍수로 물에 잠긴 모습. AP뉴시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악몽이 여전한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가 지난 주말 쏟아진 폭우로 또다시 침수돼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카트리나 참사 이후 방재시스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하루 4시간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주말 쏟아진 집중호우로 뉴올리언스 도심 대부분이 물에 잠긴 것은 배수펌프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데다 일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9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올리언스에는 지난 5일 4시간 동안 240㎜의 폭우가 쏟아져 도시 곳곳에서 건물과 차량이 물에 잠겼다. 시 당국은 집중호우를 배수펌프가 감당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2005년 카트리나 사태 이후 뉴올리언스의 홍수 피해 복구와 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해 150억 달러(17조원) 이상 쏟아부었지만 이번 폭우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홍수는 2005년 당시처럼 멕시코만과 폰차트레인 호수의 범람으로부터 뉴올리언스를 보호하는 214㎞ 길이의 제방이 무너진 탓도 아니었다. 뉴올리언스의 배수펌프와 배수로 등 시스템의 허점이 빚은 문제였다. 그래서 인재(人災)란 얘기가 나온다.

시 당국은 당초 121개의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다고 설명했지만 계속 의문이 제기되자 8개의 펌프가 고장났거나 보수 중이었다고 실토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펌프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펌프의 절반밖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배수로에 오물이 쌓여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뉴올리언스에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매년 지표면이 2㎝씩 가라앉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침수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뉴올리언스의 상하수도 책임자인 조지프 베커는 “지난 주말 같은 엄청난 폭우를 막을 시스템을 갖추려면 수천억 달러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며 “그런 대책을 요구한다면 배수펌프 용량과 펌프 수, 배수로 규모는 모두 6배씩 늘어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펌프는 3∼4개가 아니라 400∼500개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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