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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굴리예프, ‘볼트 없는’ 200m 금빛 질주

입력 2017-08-12 05:05:03
터키의 무명 스프린터 라밀 굴리예프가 11일(한국시간)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우승한 후 아제르바이잔 국기를 어깨에 걸치고, 터키 국기를 펼친 채 웃고 있다. AP뉴시스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 레이스 전 관중의 눈길은 두 우승 후보 웨이드 판니커르크(25·남아프리카공화국)와 아이작 마칼라(31·보츠와나)에게 쏠렸다. 그러나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선수는 무명인 라밀 굴리예프(27·터키)였다. 그는 우승 후 아제르바이잔 국기를 어깨에 걸치고, 터키 국기를 펼친 채 활짝 웃었다.

굴리예프는 이날 남자 200m 결승에서 20초09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 9일 400m를 제패하고 2관왕을 노렸던 판니커르크는 20초11로 2위를 차지했다. 판니커르크와 거의 동시에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며 20초11의 같은 기록을 낸 제림 리처즈(23·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사진 판독 결과 3위로 밀렸다.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는 200m에 출전하지 않았다.

굴리예프는 우승을 확정 지은 후 두 개의 국기를 집어 들었다. 아제르바이잔 국기는 어깨에 둘렀고, 터키 국기는 활짝 펼쳐 보였다. 1990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태어난 굴리예프는 2009년 유럽 주니어선수권대회서 아제르바이잔 국기를 달고 200m 금메달, 100m 은메달을 따냈다. 그는 성인 무대에서 활약하기 전 터키로 국적을 바꿨다. 그러자 아제르바이잔과 터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다.

국제육상연맹(IAAF)은 “굴리예프는 2014년까지 아제르바이잔 소속으로 국제 대회에 나서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굴리예프는 법적 분쟁을 통해 2012년 7월부터 터키 국가대표로 나섰다. 그는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터키 육상에 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안겼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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