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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홀의 기적’… 멈췄던 공, 12초 뒤 홀 안으로 ‘쏙’

입력 2017-08-14 19:35:01
저스틴 토마스가 14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우 클럽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P뉴시스


큰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하늘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미국의 저스틴 토마스(24)가 ‘행운의 12초’ 기다림으로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토마스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우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선두 케빈 키스너(미국)에 2타 뒤진 채 시작했다. 하지만 세 번의 기적으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전반에 선두그룹을 한 타 차로 바짝 추격한 토마스는 10번홀(파5)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며 숲으로 향한 것. 그런데 운이 따랐다. 토마스의 공이 나무를 맞고 다시 페어웨이로 나온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린 토마스는 3번 우드로 공을 그린 뒤쪽으로 보냈다. 정확한 어프로치 샷으로 공을 홀컵 2.5m 거리로 붙였다. 버디 퍼팅이 가능한 상황. 그런데 퍼터를 떠나 구르던 공은 홀컵 왼쪽 끝에서 멈췄다. 토마스는 아쉬운 표정으로 갤러리들을 쳐다본 뒤 캐디에게 “그린이 아래쪽으로 향해 있으면 들어가지 않았을까”라고 이야기하며 아쉬워했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멈춰있던 공이 그대로 홀에 떨어진 것이다. 갤러리들은 환호했다. 미국 골프닷컴은 “12초 만에 공이 홀에 떨어졌다. 이제까지 투어에서 가장 오래 기다렸던 퍼트”라고 표현했다. 한 홀에서 두 번이나 기적을 맛본 토마스는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토마스는 당시 상황에 대해 “캐디와 아쉬움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너무 재미있는 상황이 생겼다. 행운이 따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전했다.

토마스의 행운은 이 뿐이 아니었다. 13번홀(파3)에서 토마스의 티샷은 그린을 넘어 러프에 떨어졌다. 그런데 칩샷으로 때린 공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토마스는 이 버디로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이 여세를 몰아 결국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최종합계 8언더파로 2위 그룹을 2타차로 따돌렸다. 토마스는 “미친 하루였다”며 “나와 우리 가족에게 믿을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투어 3년차인 토마스는 지난 시즌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이번 시즌에만 메이저 타이틀 포함 4승째를 달성했다. PGA 투어 선수 중 올 시즌 가장 먼저 시즌 4승 고지를 밟았다. 특히 올 1월 소니오픈 1라운드에선 버디 8개와 이글 2개, 보기 1개로 11언더파 59타를 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하지 못한 ‘꿈의 59타’를 달성하기도 했다.

한편 양용은 이후 동양인으로선 두 번째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렸던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25)는 합계 5언더파로 공동 5위에 그쳤다. 마쓰야마는 선두를 달리다 11∼13번홀에서 통한의 3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10번홀에서 토마스의 기적과도 같은 버디가 나온 이후 거짓말처럼 흐름을 잃었다. 골프의 신은 마쓰야마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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