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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들의 두 천사 노벨평화상 추천한다

입력 2017-08-17 22:30:01
1960년대부터 40여년간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한센인 치료에 전념한 마리안느 스퇴거(왼쪽)와 마가렛 피사렉이 미소 짓고 있는 모습. ㈔마리안마가렛 제공


한센인을 위해 40년을 헌신한 푸른 눈의 간호사들이 있다. 1960년대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을 찾은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젊은 시절을 오롯이 한센인 의료봉사에 바쳤다. 정부는 두 사람의 희생정신을 기리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대학 동기였던 마리안느 스퇴거(83)와 마가렛 피사렉(82)은 각각 62년과 66년 한센인을 치료하는 국립소록도병원(전남 고흥)을 찾았다. 소록도에는 6000명의 환자가 있었지만 의료진은 5명뿐이었다. 당시 ‘문둥병’을 옮긴다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받았던 한센인들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의료진조차 만지지 않으려던 한센인의 피고름을 만지고 이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한센인들에게 두 사람은 지상에서 만난 천사였다. 자원봉사자였지만 ‘수녀님’이라고 불렀다.

2005년 마리안느가 대장암에 걸리자 두 사람은 “주변에 부담을 줄 수 없다”며 편지만 남긴 채 조용히 인스부르크로 돌아갔다. 현재 마리안느는 암, 마가렛은 치매로 투병 중이다.

국무총리비서실과 정부 관계부처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소록도 간호사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소개, 선양사업·노벨평화상 추천 브리핑’을 열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브리핑을 진행한 소록도 성당 김연준 주임신부는 “우리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며 “감사할 것에 적어도 감사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국격이고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진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4월 2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상영한 뒤 본격화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소록도병원이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마리안느의 명예군민증 수여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안느·마가렛 노벨평화상 범국민 추천위원회’(가칭) 구성에는 전남도와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이 앞장서고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직을 수락했고, 김정숙 여사가 명예위원장직 제의를 받았다. 이외에 정치·사회 지도층에서 50여명이 참여할 계획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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