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경기대학교 하기 졸업식에서 1급 시각장애인 송종균(44)씨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는 앞서 자신의 직업이기도 한 안마의 효과에 대해 연구해 경기대 대체의학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의 가치를 인정한 학교 측과 김인규 총장은 이례적으로 특별상 수여를 결정했다.
2014년 박사 논문 연구과제 선정부터 지난 6월 박사 논문 통과 때까지 송 박사를 지도한 진행미 교수는 “안마수기 치료와 만성경부통에 시달리는 환자의 경부통증과 관절 및 경동맥 혈류 영향을 연구한 수준 높은 학위 논문”이라고 총평했다. 진 교수는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며 “유력 국제학술지에 올해 말 응모를 목표로 영어로 번역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마가 통증을 완화시키고 굳었던 관절의 활동 각도를 넓히며 혈류 흐름까지 개선한다는 것을 입증한 논문”이라며 “경부통은 물론 혈관계통에 문제 있는 사람에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박사는 15세 때 원인불명으로 시력이 갑자기 나빠져 6개월 사이에 실명했다. 졸지에 1급 시각장애인이 된 그는 방황과 좌절의 시간을 겪었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의지로 22살에 특수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점자와 안마를 배운 그는 안마사를 천직으로 20여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안마에 대한 변변한 논문 하나 제대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문적으로 안마의 효과를 증명해보겠다고 다짐한 계기였다. 하지만 진 교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논문은 쉽지 않았을 터였다.
그는 진 교수와의 인연에 대해 “저에겐 대단한 행운이었다”며 “박사과정 직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퍽 충격을 받았는데 장애인 재활분야 전문가이신 교수님이 저를 잘 컨트롤 해 주셨다”고 고개를 숙였다.
송 박사는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정부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해 대학 이후에도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춰줬으면 한다”며 “후배들도 계속해서 연구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마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입증작업이 지속돼야 한다는 얘기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출석하는 교회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송 박사는 “요즘 기업의 헬스키퍼(health keeper)나 공공기관 안마원의 안마사로 시각장애인이 진출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