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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 차량 막은 가장… 축구팬 소년… 스페인 테러 희생자 사연도 절절

입력 2017-08-20 18:30:01
차량 테러가 발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에서 19일(현지시간)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부부(흰 선)가 참석한 가운데 테러 희생자를 위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희생자를 기리는 수많은 꽃과 추모 메시지, 촛불이 람블라스 거리를 가득 채웠다. AP뉴시스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근무하는 이탈리아인 브루노 굴로타(35)는 지난 17일 오후 6세 아들 알레산드로의 손을 잡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옆에선 아내 마르티나(28)가 태어난 지 7개월밖에 안된 딸 아리아를 품에 안고 걷고 있었다. 브루노 가족의 행복이 깨진 건 한순간이었다. 정체불명의 차량이 그들 앞으로 돌진하자 브루노는 아들과 딸을 안은 아내를 옆으로 밀쳐냈다. 가장의 본능이었다. 하지만 그 자신은 미처 피하지 못해 현장에서 숨졌다.

지중해가 보이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여름을 만끽하려다 테러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사연은 그들의 국적만큼이나 다양했다. 스페인 언론 엘파이스 등은 19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로 숨진 이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했다.

미국인 자레드 터커(43)는 아내와 함께 결혼 1주년을 맞아 유럽여행 중이었다. 부부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거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영원한 이별을 맞이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아내와 노천카페에 앉아 있던 자레드는 잠시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다 갑자기 달려온 차에 부딪혀 숨졌다.

벨기에의 우체국 공무원 엘케 반보크리크(44·여)는 둘째 아들 빅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왔다.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팬인 빅은 FC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인 캄프누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다. 바르셀로나 주민 프란시스코 로페즈 로드리게스(57)는 가족들과 항구 쪽으로 산책을 나가다가 세 살배기 손자와 함께 테러의 희생양이 됐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20여명의 부상자를 낸 스페인 테러는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수사 당국은 테러범들이 폭발물질인 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TATP)를 이용해 폭탄 테러를 모의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원래 폭발물 테러를 계획했다가 폭발물이 오폭하면서 초보적인 수준의 테러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당국은 도주 중인 모로코 출신 용의자 유네스 아부야쿱(22)을 공개수배했다. 아부야쿱이 프랑스로 도주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프랑스 경찰은 스페인과의 접경지역에서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테러 용의자 중 모우사 오우카비르(17) 등 5명은 캄브릴스 테러 현장에서 사살됐고 바르셀로나 북부 도시 리폴에서 3명, 알카나에서 1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특히 17세 소년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추모 열기로 가득하다.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선 20일(현지시간) 희생자를 추도하는 미사가 진행됐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부부를 비롯한 왕실 가족과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등 고위 관료들이 참석했다. 테러 현장인 람블라스 거리는 연일 수천명의 추모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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