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9월 2일부터 약 두 달 간 제1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가 열린다. 세계적인 건축이벤트로는 베니스건축비엔날레, 시카고건축비엔날레에 이어 세 번째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이 행사의 산파는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 그는 스페인 출신 건축가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와 공동 총감독을 맡았다. 서울비엔날레는 명실 공히 ‘세계 3대 건축비엔날레’로 뻗어나갈 수 있을까.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배 감독을 만나 그 가능성을 들어봤다.
-어떻게 출발하게 됐나.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서울시 도시정책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알다시피 뉴타운·재개발·재건축이 원점에서 재검토됐다. 저성장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도시 안에서 건축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고도성장 시대에는 건축이 건설의 도구였지만 이제는 환경문제 등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런 고민을 전 세계 다른 도시와 나누자는 취지다.”
-‘세계 3대 건축비엔날레’, 말은 그럴 듯하다. ‘장사’가 될까.
“서울이라는 도시가 처한 상황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선진국 도시는 도심공동화 제조업이탈 같은 전형적인 문제를 20∼30년 전에 겪었다. 이들 도시에서는 제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 그 기반이 와해됐다. 경제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도시 안에 남아 있어야 한다. 서울은 전환기에 있어 다행히 동대문과 창신동 봉제공장, 세운상가 조명·전자부품·인쇄공장, 종로 금세공업, 성수동 수제화공장 등이 남아있다. 도심 안에 제조업 기반이 있는 도시는 드물다. 도심 제조업을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시 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향후 도시 문제에 직면할 후진국은 그렇다 쳐도 선진국에도 의미가 있나.
“그렇다. 런던만 해도 도심 제조업을 어떻게 다시 살려내는가가 정책 목표의 하나다.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런던시는 비비칸 홀 공연에 쓰이는 조명 의상 등이 런던 안에서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를 추적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내놓을 예정이다. 새롭게 진화된 21세기 도심 제조업을 키운다는 것이 런던시의 정책목표다.”
-베니스와 시카고건축비엔날레와는 차별화되나.
“베니스는 1980년대 중반에 시작돼 독보적이다. 시카고는 신생이지만 둘 다 전통적인 아트 비엔날레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도시 이슈 자체를 내걸고 한다. 베니스에 국가관이 있는 것처럼 서울에는 도시관이 있다. 서울에 오면 전 세계 도시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시의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대중에게도 의미가 있나.
“베니스비엔날레는 그야말로 전문가를 위한 잔치다. 현지 주민은 관심이 없다. 서울비엔날레는 시민들을 위한 행사를 지향한다. 특히 올해 주제인 ‘공유도시’는 일반인도 관심을 갖는 문제다. 이를테면 메인 행사장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아홉 가지 공유’ 프로젝트가 펼쳐지는데, 도시 안에서 먹거리의 생산 유통 소비를 보여주기 위해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마다 푸드 페스티벌을 연다. 즐겁게 먹고 마시면서 도시 문제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일자리의 영감을 얻을 수 있으니 청년층이 많이 왔으면 했다는데.
“을지로 뒷골목, 세운상가, 창신동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젊은 층이 태반일 것이다. 이곳에 도시의 미래, 일자리가 있다. 이제는 사물인터넷(IoT)시대다. 창신동 봉제공장, 세운상가 전자부품공장에서 일하는 나이 많은 장인들은 디지털을 모른다. 젊은 층의 디지털 안목과 기술이 결합하면 굉장한 파워가 생길 것이다. 이게 일자리 비엔날레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