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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도시를 둘러싼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

입력 2017-08-25 05:05:03


이것은 도시의 육체에 관한 이야기다. 도시의 골격과 혈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들려주는 신간이다. 저자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여성 물리학자. 그는 이 책을 “위대한 도시들에 보내는 과학적 러브레터”라고 소개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물정 모르는 한 과학자가 다른 물정 모르는 과학자들을 위해 쓴 책이 아니다. 교통 신호등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선 위의 새들은 어째서 감전되지 않는지 한 번이라도 궁금했던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세상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태어났다.”

책은 빌딩→전기→상하수도→도로→자동차→열차→네트워크 순으로 도시를 이루는 요소들을 하나씩 살피는 얼개를 띠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궁금한 게 있으면 반드시 찾아보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실제로 그런 듯하다. 책을 읽으면 궁금한 건 전부 풀고 넘어가겠다는 저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두루 짚으면서 어려운 얘길 쉽게 풀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첫 챕터인 빌딩에 관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모든 고층 건물 1층에 회전문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뜨거운 공기가 계속 위로 올라가는 굴뚝효과 탓이다. 만약 1층 출입구가 여닫이문이라면 사람들이 들고날 때마다 굴뚝효과의 영향으로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거세게 들어온다. “바람 때문에 로비에 있는 종이들이 날리고 치마들이 펄럭”이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회전문을 설치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회전문은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나는 상황에서도 항상 닫혀 있는 문이다. 바깥의 차거나 더운 공기가 많이 유입되지 않으니 에너지 손실을 막는 역할도 한다.

도로에 관한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도로의 다양한 형태를 언급하면서 인도 11개주에 깔린 플라스틱 도로를 언급한다. 이 도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잘게 분해해 자갈과 아스팔트를 섞어 만들었다. 그는 “이런 프로젝트야말로 공학과 과학의 본령”이라고 추켜세운다.

책은 도시의 미래상을 그리면서 끝난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가 솔깃해질 이야깃거리를 마주할 수 있다. 끝내주게 재밌고 확실히 유익할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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