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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압박에 몰린 파키스탄, 이참에 中과 포옹?

입력 2017-08-23 18:35:01


미국이 탈레반 반군 제거를 빌미로 파키스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 하자 파키스탄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밀월을 즐겨온 파키스탄이 자칫 미국과 경쟁 관계인 중국과 밀착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전쟁 과정에서 파키스탄이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 파키스탄이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성명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테러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보다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했다”면서 “미국의 (새 아프간) 정책 선언은 파키스탄이 치른 엄청난 희생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미국이 원조를 볼모로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파키스탄이 탈레반 지도부에 대한 영향력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들을 지원한다는 비판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아프간 상황이 새 전기를 맞게 된 시점에서 파키스탄 당국자들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아프간전에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고 강조하며 탈레반과의 평화회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샤히드 후사인 파키스탄 상원 군사위원회의 의장은 WSJ에 “발표된 (새 아프간) 정책은 불안정안 처방”이라면서 “그것은 작동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시도되고 실험했지만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카와자 무함마드 아시프 파키스탄 외무장관도 데이비드 헤일 파키스탄 주재 미국대사를 만나 파키스탄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프 장관은 수일 내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면담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와 군사적 지원, 동맹국 지위 등을 지렛대 삼아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면서 구체적인 압박 계획을 발표했다. 파키스탄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거나 탈레반 등 테러단체와 연관된 개인과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파키스탄 내 탈레반 은신처에 대한 드론 공습 등도 거론된다.

미국과 파키스탄 간 불협화음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중국이 곧바로 파키스탄을 두둔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서 있고 테러와의 전쟁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국제사회는 파키스탄의 노력을 온전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파키스탄 갈등을 계기로 중국의 파키스탄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아프간 주재 파키스탄대사를 지낸 루스탐 샤 모흐만드는 WSJ에 “파키스탄은 향후 미국을 향해 너무 강요하지 말라고 할 것”이라며 “새로운 상황이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수도)와 베이징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현재 파키스탄에서 550억 달러(약 62조2700억원) 규모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등 파키스탄과의 경제적 유대도 부쩍 강화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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