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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자살 유해정보 91%, 트위터서 유통

입력 2017-08-25 05:05:03


경기도 양평고 진로·진학 지도교사인 한승배(53)씨는 2002년부터 16년째 온라인상에서 자살 유해 정보를 찾아내 신고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01년 제자였던 한 여학생이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2명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아픔을 겪은 이후부터다.

한 교사는 24일 전화통화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자살 유해 정보들이 사람의 영혼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절감하고 있다”면서 “특히 SNS에서 청소년이 ‘죽고 싶다’ ‘수면제 구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자해하는 법’ 등 글을 올려놓을 걸 보면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 교사는 지난 7월 12∼25일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와 경찰청이 함께 실시한 인터넷자살유해정보 신고대회에서 최다 발굴 기록을 세워 다음 달 8일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한 교사는 “최근 자살 관련 검색이 안 되게 하는 금칙어 수를 늘리고 기술적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등 포털 사이트의 노력이 보이긴 하지만 정상이 아닌 변칙 검색어로 찾을 수 있는 자살 유해 정보는 차단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등 해외에 기반한 SNS 매체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게 한 교사 설명이다.

실제 이번 신고대회를 통해 발굴된 자살 유해 정보 1만2108건 가운데 32.4%(3928건)가 SNS에서였다. 이어 온라인커뮤니티가 32.3%(3911건), 포털 사이트가 22.4%(2717건)를 차지했다. SNS 자살 유해 정보 3928건 중 91.1%(3577건)는 트위터에서 유통됐다.

트위터의 자살 유해 정보 중에는 동반 자살자 모집이 65.1%(2330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살 조장(780건), 독극물 및 자살도구 판매(399건), 자살 방법 안내(76건), 자살 관련 사진·동영상 게시(24건) 등 순이었다. 트위터 자살 유해 정보의 삭제율은 24.5%에 불과했다. 온라인커뮤니티(94.1%) 등에 비해 월등히 낮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신은정 부센터장은 “트위터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쉽고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이 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유해 정보의 즉각 삭제 등이 쉽지 않다”면서 “특히 동반 자살자 모집이나 독극물 판매 정보는 삭제율이 상당히 낮아 종종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소통 공간인 트위터가 오히려 죽음의 통로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유현재 서강대 헬스커뮤니케이션 전공 교수는 “경찰과 더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트위터 등 SNS 업체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인할 국가 차원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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