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비상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이상기온으로 채소 가격이 급등해 마음 놓고 먹을 만한 게 드물다. 가뜩이나 입맛이 떨어지는 여름철, 식탁 위에 올릴 반찬이 마땅하지 않다. 도시락을 싸는 가정에선 더욱 걱정이 크다. 식탁과 도시락에 구원투수로 활용할 만한 반찬이 없을까. 자취생들의 비상반찬인 조미김을 활용해 보자. 한번에 먹을 만큼씩 포장돼 습도 높은 여름철에 안성맞춤인 식탁용 조미김, 어떤 브랜드 제품이 맛있는지 국민 컨슈머리포트가 평가해 봤다.
5개 브랜드 식탁용 조미김 평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조미김을 평가하기 위해 시장점유율 상위 브랜드를 먼저 알아봤다. 시장조사 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최근 1년간 시장점유율 1위는 동원F&B(20.6%)였다. 2위는 풀무원(11.7%), 3위는 CJ제일제당(11.3%), 4위는 성경식품(9.3%), 5위는 광천김(3.9%)이었다. 각 브랜드들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어 마케팅팀에 대표상품을 추천받았다.
동원F&B의 양반 명품김(4.5g×20봉=8980원), 풀무원의 ‘들기름을 섞어 바삭바삭 고소하게 구워낸 재래김’(5g×20봉=8980원),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직화 구이김’(4.5g×20봉=8980원), 성경식품의 ‘지도표 성경 녹차김’(4g×16봉=5400원), 광천김의 ‘맛있다 파래김 광천김’(5g×16봉=6880원)을 평가하기로 했다.
향 식감 풍미 등 6개 항목 상대평가
평가 대상 조미김은 이마트, 롯데마트에서 지난 21일 구입했다. 평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그랜드앰배서더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 호텔의 한식당 ‘안뜨레’에서 진행했다. 안뜨레는 1976년 이 호텔에 처음 문을 열었던 한식당 ‘금수장’의 명성을 이어간다는 의지를 담고 지난 11일 오픈했다. 안뜨레(Entree)는 집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라는 뜻과 함께 프랑스어로는 만찬에서의 중심 요리를 의미한다. 일곱 가지 코스 메뉴와 단품 메뉴를 비롯해 계절에 따른 진미를 느낄 수 있는 특선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평가는 안뜨레의 최정수·김민준 셰프, 연회장 한식 담당 장보익·임은순·박희진 셰프가 맡았다. 조미김의 모양새, 원초와 기름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색감과 향, 식감, 풍미, 그리고 지나치게 짜거나 싱겁지는 않은지 간의 적절함(이하 간)을 평가했다. 6개 항목 평가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한 다음 원재료와 영양성분에 대한 평가를 했다. 이어 가격을 공개한 다음 최종 평가를 했다. 모든 평가는 제일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제일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진행했다.
브랜드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겉포장을 벗긴 다음 플라스틱 트레이에 ①∼⑤ 번호표를 붙여 내놨다. 또 조미김의 색상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개인접시는 흰색으로 골랐다. 셰프들은 ①∼⑤ 번호표가 붙은 개인접시에 김을 옮겨 담은 뒤 김의 모양새를 살펴보고 향을 맡아 본 다음 맛을 보면서 평가해 나갔다. 조미김만 맛본 다음 밥과 함께 시식하기도 했다.
셰프들은 “조미김을 고를 때 제조일자를 꼭 보고 오래된 제품은 피하라”고 입을 모았다. 완전 밀봉돼 있어도 오래되면 기름의 산패로 향미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평가한 식탁용 조미김의 유통기간은 제각각이었다. 동원F&B 조미김은 4개월, 풀무원 조미김은 3개월, CJ제일제당 비비고와 광천김의 조미김은 6개월이었다. 성경녹차김은 제조일자가 기입돼 있지 않아 정확한 유통기한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유통기한이 2018년 1월 19일로 표기돼 있어 유통기한은 최소 5개월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제치고 1위
식탁용 조미김 평가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중소기업으로 시장점유율 5위인 광천김의 조미김(86원·이하 g당 가격)이 1위를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5점 만점(이하 동일)에 3.9점. 식감 4.0점, 간 4.6점, 풍미 3.8점으로 3개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3.8점)에서 1위를 했다. 원초 함량이 제일 높고 국산 천일염을 쓴 광천김의 조미김은 원재료 평가에서도 3.9점, 최고점을 받았다. 가격도 이번 평가에서 두 번째로 저렴했던 이 제품은 최종평가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최정수 셰프는 “향도 좋고 간도 적당하며 바삭하게 잘 구워졌다”고 평가했다.
2위는 시장점유율 2위인 풀무원 조미김(89.8원)이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3.3점. 풍미 항목에서 3.8점 최고점을 받았으며 나머지 항목도 2, 3위권의 점수를 받은 이 제품은 1차 종합평가에서도 3.2점으로 2위를 했다. 나트륨 함량이 평가대상 중 제일 낮고 평가 대상 제품 중 유일하게 비타민 A와 C가 들어 있는 이 제품은 영양성분 평가에서 4.4점으로 1위를 했다. 박희진 셰프는 “검은빛과 파란빛이 은은하게 나면서 풍미도 좋다”고 말했다. 임은순 셰프는 “색과 향이 좋고, 김의 특성을 잘 살렸으나 들기름의 쩐내가 살짝 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3위는 성경식품 조미김(84.4원)으로 최종평점은 3.0점. 색감에선 3.8점으로 1위를 했으나 간(2.2점)과 풍미(2.2점)에서 최저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에서 3.0점으로 3위를 했다. 원재료(2.7점) 평가에서도 3위를 했다. 이번 평가대상 중 가정 저렴했으나 영양성분(2.8점) 평가에서는 4위에 머무르면서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이 제품은 평가 대상 중 유일하게 소량이긴 하지만 칼슘과 철이 함유돼 있었으나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아 점수가 좋지 못했다. 김민준 셰프는 “맛과 향이 가장 좋았지만 식감이 살짝 질겨 아쉽다”면서도 가성비는 가장 좋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장보익 셰프는 “밥과 함께 먹었을 때 끝맛에 기름 맛이 조금 많이 나는 점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4위는 CJ제일제당 비비고의 조미김(99.8원). 최종평점은 2.6점. 이 제품은 항목별 평가에서 편차가 컸다. 모양새(3.8점)와 향(4.4점)에선 최고점을 받았지만 색감(2.2점)과 간(2.2점)은 최저점을 기록했다. 1차 종합평가에서는 2.8점으로 4위를 했다. 원재료평가에선 3위를 했다. 영양성분 표기가 돼 있지 않아 영양성분평가에선 최하점으로 처리됐다. 장보익 셰프는 “너무 얇아 식감이 좋지 않았고 밥과 먹었을 때 김 특유의 맛이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장점유율 1위인 동원 양반김(99.8원)이 최종평점 2.2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모양새(2.2점) 향(2.0점) 식감(2.2점) 풍미(2.2점)에서 최하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에서도 2.2점으로 가장 낮았다. 원재료 평가에서도 기타가공품이 들어서인지 2.0점으로 최하점을 받았고 영양성분평가에서는 나트륨 함량은 낮은 편이지만 평가 대상 중 유일하게 트랜스 지방이 함유돼 3위에 머물렀다. 임은순 셰프는 “질기고 눅눅한 편이며, 밥과 먹을 때 식감이 좋지 못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