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출판

파스타·초콜릿 없이는 살 수 없었던 헵번

입력 2017-08-28 05:05:04
신간 ‘오드리 앳 홈’에 수록된 사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1970년대 어느 여름 스위스 라 페지블에서 열린 가든파티에서 포모도로 스파게티를 덜어주고 있다. 헵번과 아들 루카 도티. 헵번이 영화 ‘사브리나’를 촬영 중이다. 헵번이 1968년 이탈리아 지글리옹에서 생선 한 마리를 들고 있다. 오퍼스프레스 제공




할리우드 배우 오드리 헵번(1929∼93)은 어떤 요리를 좋아했을까.

이슬만 먹고 살았을 것 같은 헵번이 좋아한 음식은 토마토소스에 버무린 파스타. 바로 ‘포모도로 스파게티’다. 그는 집에서 직접 키운 토마토를 얼려뒀다 1년 내내 토마토소스를 만들어 포모도로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신간 ‘오드리 앳 홈(AUDREY AT HOME·표지)’에 나오는 얘기다.

아들 루카 도티(47)가 헵번의 생애를 기록했다. 도티는 헵번이 남긴 ‘요리 공책’을 토대로 그의 생애를 기록한 뒤 이 책을 ‘식탁 전기’라고 명명했다. “어머니는 파스타 없인 살 수 없는 분이었다. 집에서도 늘 먹는 파스타를 어머니는 굳이 음식점에 가서도 주문해 먹었다. 그들이 공들여 짠 야심찬 메뉴를 내밀면 어머니는 약간 당황해하며 말했다. 너무 복잡하지 않다면, 간단하게 올리브유 약간 넣고 포모도로 파스타를 만들어주면 정말 고맙겠어요.”

도티가 목격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헵번은 초콜릿 마니아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초콜릿이라면 죽고 못 사는 분이라 항상 거실 서랍장에 초콜릿을 보관해두었다. 달콤함의 유혹 앞에서는 발레리나의 절제력도 언제나(음, 거의 언제나)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도티의 증언이다. 헵번의 재치와 유머를 보여주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헵번 주변에는 늘 파파라치가 있었던 모양이다. 곤란해 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멋진 미소를 지어 보이렴. 첫째는 그래야 가장 멋진 모습으로 찍힐 테고, 둘째로는 그렇게 해줘야 그 사람들이 더 일찍 놔주기 때문이란다.” 도티는 이 책에서 헵번의 일생이 깃든 50가지 레시피와 미공개 사진 250여점을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가 아는 배우 헵번이 아닌 어머니이자 한 여인, 인간으로서의 생애를 재조명한다. 헵번은 생전에 회고록을 남기지 않았다. 도티가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름다운 이야기만 할 수는 없을 거야. 그런데 엄마는 다른 사람을 나쁘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이 책은 헵번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가 쓴 정겹고도 희귀한 회고록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