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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물폭탄에 최대 112조원 휩쓸려갔다

입력 2017-08-30 05:05:05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로 27일(현지시간) 물에 잠긴 텍사스주 디킨슨의 '라 비타 벨라' 양로원에서 노인들이 위태로운 모습으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양로원 운영자의 사위 티머시 매킨토시는 당일 긴급 구조를 호소하며 이 충격적인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고, 사진이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면서 현지 당국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구조에 나섰다. 사진이 올라온 지 3시간 만에 양로원 노인 15명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트위터


미국을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초래한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 다만 2005년 1200명이 숨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와 달리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주민 구조에 큰 역할을 하면서 인명 피해가 현격히 줄었다.

AP통신은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가 28일(현지시간) 6명의 사망자를 추가 확인하며 하비로 인한 희생자는 모두 10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휴스턴에선 일가족 6명이 탄 승합차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모두 숨졌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나왔다. 현지 당국은 더 많은 ‘물 폭탄’이 예고된 상황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사상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휴스턴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존슨우주센터도 물에 잠기면서 필수 요원을 제외하고 폐쇄됐다. 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대한 통제 임무는 정상적으로 계속된다고 우주센터는 밝혔다.

하비로 인한 수재민은 45만명으로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망자 수는 카트리나 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AFP통신은 카트리나가 거세고 급작스러운 폭풍 해일을 동반한 데다 간척사업으로 해수면보다 낮은 뉴올리언스의 지반 특성상 희생자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하비는 사상 최대 규모의 폭우를 몰고 왔지만 비교적 느리게 도시를 침수시켜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게다가 카트리나 때와 달리 소셜미디어가 주민 구조에 큰 역할을 했다. 구조를 요청하는 이재민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나 경찰 구조인력도 자신의 전화번호나 각종 대피 요령, 지시문 등을 SNS에 띄움으로써 긴급구조에 성공한 사례가 많았다. 특히 텍사스주 디킨슨의 ‘라 비타 벨라’ 양로원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15명이 물에 잠길 뻔했지만 트위터를 통한 구조요청 덕분에 전원 무사히 대피했다.

인적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하비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카트리나의 807억 달러(약 90조9812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비가 초래한 경제적 피해가 정확히 얼마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까지 최소 300억 달러(약 33조7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 달러(약 112조5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1000억 달러는 정유업계 등 에너지 산업의 피해를 고려할 때 나온 최대치로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가져온 자연재난인 카트리나를 넘어서게 된다.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재난 현장 방문에 앞서 “복구 예산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필적한 일괄 지원이 될 것”이라며 “의회에 추가 지원을 요청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재원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재난관리청도 “하비로 인한 피해 지원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나머지 예산 지출은 잠시 미뤄둘 것”이라며 이재민 임시거처 마련 등에 긴급 재원을 곧바로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구성찬 장지영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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