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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미사일에, 위기감 커진 日… 싸늘해진 美… 강경해진 中

입력 2017-08-30 05:05:05
29일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공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대북한 경고 성명을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 하비로 피해를 입은 텍사스주로 가기 위해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나섰다. 두 사람은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전용헬기를 타고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향했다.AP뉴시스


■ 추적까지 했지만… 日, 요격 안했나 못했나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폭거’라고 비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이 발사를 예고하지 않은 채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유사시 일본 전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 순식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않은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북한이 괌 포격계획을 밝힌 후 북한 미사일이 영공으로 진입할 경우 중간에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화성 12형 미사일 4발이 일본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방위성은 항공자위대가 운용 중인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4기와 SM-3 요격미사일을 갖춘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을 해당 지역에 긴급 이동 배치했다.

그런데도 일본이 북한 미사일을 쏘지 않은 것은 이번에는 북한 미사일이 영공을 침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공은 국제적인 기준이 없지만 통상 고도 100㎞로 본다. 북한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통과할 당시 최대 고도 550㎞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PAC-3의 요격 고도는 20㎞, 이지스함에 배치된 SM-3의 요격 고도는 500㎞여서 북한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요격미사일을 남쪽에 배치한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이 예상 밖으로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가면서 요격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다.

그동안 북한이 쏜 발사체가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은 이번까지 포함해 다섯 차례다. 북한은 앞서 4번의 발사 때는 국제기구에 미리 통지했지만 이번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아베 총리는 오전 7시쯤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폭거”라고 비난하면서 “유엔에서 대북 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40분간 통화한 뒤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닌 만큼 미국과 함께 압박을 강화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이 자위권 강화를 위한 개헌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북한 미사일을 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일본 영토를 공격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선 선제공격할 수 없는 현재 자위대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헌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최근 각종 스캔들 때문에 주춤했던 아베 총리로선 다시 한 번 개헌 기회를 잡은 셈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 싸늘해진 美 “북한 대화로 유도 발언 계속하기 힘들 것”

북한이 사실상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자 북·미 대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던 미국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었다.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다시 강조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국무부를 중심으로 대화론자들의 입지가 축소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 강경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무부는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추정) 발사 소식이 전해진 28일 당일에는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국방부는 대변인을 통해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갔으며, 우리는 상황을 분석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특히 NSC는 이번 중거리 미사일이 앞선 단거리 미사일들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도발로 간주하고 강경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 행정부는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말을 이제는 계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키신저연구소 아시아국장도 “이번 미사일은 사실상 미국의 동맹인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보 당국이 화성 12형 이동식 발사대가 이동하는 것을 위성으로 포착하고, 발사 수시간 전부터 발사대 주변을 관찰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은 워싱턴에서 한·미협의회를 갖고 대북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이 군사옵션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군사옵션이 반드시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 등 북한을 실제 공격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억제력 과시도 군사옵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 변함없는 中 “안보리 위반” 비난하면서도 평화적 해결 강조

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대북 결의 위반이라며 강력히 비난했지만 이번에도 평화적 해결책을 강조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이 긴장을 고조하는 행동을 자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화 대변인은 미국과 일본이 대북 압박을 강화할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북핵 문제는 압력을 강화한다고 해결할 수 없다”면서 “유일한 방법은 대화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악순환을 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이 도발을 자제하라고 촉구했음에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북한 문제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 한국”이라면서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북한의 도발이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사흘 만에 두 차례 이뤄진 북한 도발은 한·미 연합훈련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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