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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도시 휴스턴 난개발, ‘하비’ 대재앙 불렀다

입력 2017-08-31 05:05:04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9일(현지시간)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텍사스주를 방문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날 하이힐을 신은 멜라니아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된 후 재해 현장 방문 차림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자 그는 휴스턴에 도착했을 때부터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작은 사진).AP뉴시스


미국 휴스턴이 겪고 있는 최악의 홍수는 초대형 허리케인 하비의 탓도 있지만 난개발로 인한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29일(현지시간) 휴스턴의 재앙적 피해가 규제 없는 무분별한 도시 팽창이 초래한 결과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의 습지에 자리 잡은 휴스턴이 과다 개발로 자연의 조절능력을 상실하면서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휴스턴에 토지 사용과 건축을 규제하는 토지용도지정법, 즉 ‘조닝 법(Zoning Law)’이 없는 것을 꼽았다. WP는 미국 대도시들 가운데 조닝 법을 시행하지 않는 곳은 휴스턴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휴스턴 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도심과 광역권을 합해 약 650만명이다. 도심 인구는 1995년보다 25% 증가한 220만명, 광역권 인구는 42% 증가한 430만명이다. 지난 10년간 석유·에너지 산업 호황과 낮은 세금 등에 힘입어 인구가 대규모로 유입된 결과다. 인구 급증에 따라 개발지가 더 많아지고, 홍수를 자연적으로 조절해주는 강이나 습지는 그만큼 줄었다. 1992년부터 2010년까지 휴스턴이 포함된 해리스카운티의 해안가 습지 중 약 30%가 매립돼 그 위에 건물이 들어섰다. 따라서 이번 대홍수를 계기로 휴스턴의 무제한 개발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홍수에 더해 텍사스만 연안에 밀집된 정유시설이 파괴되면서 오염물질 누출 등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WP는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의 정유공장 2곳이 손상돼 휘발성 유기화합물, 규제 화학물질 등이 배출됐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등 SNS에 휴스턴 전역에서 참을 수 없는 화학물질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텍사스환경품질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다. 엑손모빌뿐 아니라 다른 정유업체들도 벤젠, 에틸렌 등 유해 화학물질을 방출 허용한계 이상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비가 정유·물류·보험업에 피해를 주면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에 10여개 정유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미국의 하루 평균 정유량이 기존보다 300만 배럴 줄어든 150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유전지대 역시 산유량이 19% 감소했다. 물류업도 올스톱 상태인 데다 보험사들은 막대한 피해를 물어줄 상황에 놓였다.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라 달러 약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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