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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3회·트위터 10만6513회 등 선거운동 인정

입력 2017-08-30 18:55:01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2년6개월 만에 다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건 불법선거운동 혐의(공직선거법 위반)가 재차 유죄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던 디지털 파일들을 제외하고도 원 전 원장이 제18대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박근혜정부의 출범 배경에는 국가 정보기관의 조직적 지원이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원 전 원장 측이 재상고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판결의 확정 여부는 대법원에서 결론 나게 됐다.

원 전 원장의 선거운동 혐의에 대한 재판부 판단은 심급별로 달랐다. 핵심 쟁점은 2012년 12월 대선 전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을 선거운동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였다.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일단 “2심이 인정한 디지털 파일 중 일부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취지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심리전단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에서 발견된 ‘씨큐리티’ ‘425지논’ 파일은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했다. 김씨가 자신이 작성한 파일임을 인정하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 파일들은 2015년 2월 서울고법 형사6부가 원 전 원장의 선거운동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주요 근거였다.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면 파기환송심도 1심처럼 정치 개입 혐의(국정원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1심 결과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파일을 제외한 다른 증거들만으로도 원 전 원장의 선거운동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리전단 활동은 그 자체가 여당 후보자(박근혜)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야당 후보자(문재인)는 반대하는 양상이 뚜렷했다”며 “원 전 원장이 전부서장 회의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는 발언까지 한 점에 비춰 심리전단 활동을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각 대선 후보자의 출마 선언일을 선거운동 인정 시점의 기준으로 삼았다. 당시 박근혜 후보의 출마 선언일은 7월 10일이었고, 문재인 후보의 출마 선언일은 그보다 앞선 6월 17일이었다. 재판부는 이 날짜 이후에 올라온 박 후보 지지글과 문 후보 반대글 등을 선거운동 행위로 규정했다. 심리전단의 찬반클릭(117개 계정·1003회)과 인터넷 게시글·댓글(117개 계정·93회), 트위터 활동(391개 계정·10만6513회)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원 전 원장의 지시·개입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 내부 업무보고 등을 통해 심리전단 활동을 알았다”며 “그가 회의에서 한 발언을 기초로 이슈와 논지가 작성됐고 직원들은 수시로 활동 사항을 보고했다”고 했다. 검찰이 최근 재판부에 냈던 ‘2009년 부서장회의 녹취록’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 등도 심리전단 활동을 선거운동으로 해석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이날 짙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서울고법 404호 소법정에 나온 원 전 원장은 “징역 4년을 선고한다”는 재판장의 말에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선고 직후 바로 포승줄에 묶여 수감 절차를 밟았다. 그의 변호인은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만 수용했다”며 “(재)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받으면 형량도 바로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글=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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