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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인간은 왜 싸우는가… 본성? 문화적 발명품?

입력 2017-09-01 05:05:04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3월 펴낸 에세이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에서 이 책을 강력 추천했다. 그는 “대통령 국회의원 언론인 교수 등에게 한 권씩 사주고 강제로라도 읽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라고 썼다. 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국내에 출간되기 전이어서 이 말에 담긴 뜻을 정확히 헤아릴 수 없었다. 김 교수는 무슨 이유에서 이 책을 격찬했던 것일까.

이제야 우리나라에 소개된 ‘문명과 전쟁’은 독자들이 기함할 정도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자 아자 가트(58)는 이스라엘의 유명 정치학자. 그는 고고학 인류학 정치학 진화심리학 동물행동학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인류의 역사를 개괄한다.

시작부터 만만찮은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인간은 왜 싸우는가. 전쟁은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하는가, 아니면 문명이 만든 ‘문화적 발명품’인가. 저자는 상반된 시선으로 역사를 살핀 장 자크 루소와 토머스 홉스를 소환한다. 루소는 인간은 원래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았는데 사유제가 정착되고 계급이 분화하고 국가가 등장하면서 전쟁도 발발했다고 생각했다. 반면 홉스는 인간의 삶은 원래부터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라고 판단했다.

저자의 생각은 홉스의 견해에 젖줄을 대고 있다. 인간은 수렵 채집 생활을 할 때부터 서로를 헐뜯고 때리고 죽였다. 즉, 전쟁은 ‘문화적 발명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농경사회를 지나 국가가 생겨나고 제국이 탄생하면서 전쟁이 어떻게 진화됐는지 일별한다. “기병을 육성하고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봉건제를 낳았다”거나 “폭력적 죽음의 비율은 국가 치하에서 낮아졌다”는 식의 눈길 끄는 내용들이 잇달아 등장한다.

저자는 1996년부터 9년간 이 책을 썼다. 외국에서는 2006년에 출간됐다. 어쩌면 먼 훗날 이 책은 정전(正傳)의 반열에 오를지도 모른다. 로런스 프리드먼 영국 킹스칼리지 명예교수는 “앞으로 전쟁을 공부하는 학생은 이 탁월한 저작과 씨름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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