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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길을 묻다-‘찾아가는 고민상담소’ 임재영 전문의] “내가 선택한 가치는 남들과 다를 수 있다”

입력 2017-09-03 20:20:02
사진=박효상 기자


최근 혼밥(혼자 먹는 밥)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 유명 맛 칼럼니스트가 “혼밥은 사회적 자폐”라고 말해 논란이 커졌다. 젊은 층의 ‘혼밥’은 정말 문제가 있는 현상일까. ‘찾아가는 고민상담소’ 임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혼밥’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일부러 혼자 밥을 먹는 것. 혹시 개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가

밥을 혼자 먹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스스로 혼자 먹는 것이 편하고 좋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마음의 병은 선택의 권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나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밥도 혼자 먹어야 편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다. 다만 자발적으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은 정말 같이 어울리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노력해도 어렵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나에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 어려운 사람들 틈에서 잘 보이려 애쓰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일어나는 것이다. 상사나 선배 등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 타인과의 관계는 왜 어려울까.

관계는 상대방과 나의 상호작용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상대방과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스트레스는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상대방이 무심코 보인 반응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내 마음의 초점이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가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내 생각과 감정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명심하고 내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

- 길거리에서 상담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다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이 많다. 병원을 나와 길거리 상담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 또한 타인의 시선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다. 병원을 나와 혼자 무료 상담트럭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튀고 싶느냐’, ‘물을 흐린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내가 선택한 가치가 타인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결국 줏대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나의 인생의 주체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주변의 반응에 휘둘리는 것이 문제다. 주변의 시선에 휩쓸리지 말고, 나를 알아가면서 내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다

- 타인의 마음을 여는 비결이 있을까

상대방의 마음을 열려면 나부터 열려있어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단점이나 약점, 숨기고 싶은 과거 등 치부가 없는 사람은 없지만 이런 약점을 숨기려 애쓸수록 상대방과 거리를 두게 되고 들킬까봐 긴장하게 된다. 실망하고 나를 떠날까봐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걱정일 뿐이다. 열린 마음으로 진솔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나를 못 받아들이면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없다. 평소에 나 자신과 대화하는 훈련을 하면 좋다. 자신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상대방도 이해할 수 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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