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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비’ 걱정할 때… 소리없이 1200명 숨진 남아시아 홍수

입력 2017-08-31 05:05:04
29일(현지시간) 어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인도 뭄바이 거리를 주민들이 힘겹게 건너고 있다.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에서 최근 홍수로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410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AP뉴시스


미국에서 허리케인 ‘하비’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계절풍인 몬순으로 인한 홍수로 120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인도의 경제 수도 뭄바이가 계속 퍼붓는 장맛비로 마비 상태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학교들은 문을 닫았고 통근 열차도 폐쇄됐다. 인도 정부는 불어난 물에 발이 묶인 주민들을 구조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물이 150㎝ 이상 차오르기도 했다.

뭄바이 도심에선 병원 업무마저 마비됐다. 킹 에드워드 메모리얼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아슈토시 데사이는 “빗물이 이곳저곳으로 쓰레기를 휩쓸고 다녀 감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기상 당국은 폭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보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집안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뭄바이에선 지난 2005년에도 홍수로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네팔에선 수십명이 빗물에 휩쓸려 실종되고 수천채의 가옥이 피해를 입었다. 구조 작업에는 코끼리들도 동원됐으며 구조대원들은 대나무와 바나나잎으로 뗏목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번 비 피해로 8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최소 140명이 사망했고 70만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구호단체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은 추산했다. 방글라데시의 적십자사 대변인 코린 앰블러는 “보이는 것은 물뿐”이라며 “방글라데시인들이 ‘우린 홍수에 익숙하지만 이런 광경을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유엔은 남아시아 3개국에서 이번 비 피해로 최소 4100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남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재난 대책이 미비하기 때문에 구호가 더 절실하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IFRC의 프랜시스 마커스 대변인은 “남아시아는 근래 몇 년 동안 매우 심각한 홍수를 겪고 있다”면서 “미국의 재난 때문에 도움이 절실한 남아시아인들이 간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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