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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딸 등에 업어 살리고… ‘하비’ 홍수에 떠난 엄마

입력 2017-08-31 19:00:01


인명구조대가 3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로 홍수가 난 휴스턴 이곳저곳을 배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을 때 저 멀리 수면에 작은 핑크색 가방이 움직이는 걸 봤다. 3세 여아인 조딘 그레이스(사진 오른쪽)가 메고 있던 유아용 백팩이었다. 저체온증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던 그레이스는 놀랍게도 물에 잠긴 엄마 콜레트 설서(41·왼쪽)를 꼭 붙들고 있었는데, 엄마는 이미 죽은 뒤였다. 물이 계속 높아지던 상황이라 구조대가 조금만 늦게 왔거나 엄마가 더 깊은 곳으로 휩쓸려갔다면 아이도 숨질 뻔한 상황이었다. 구조대원인 캐롤 라일리는 “엄마가 아이를 물위에 떠 있게 하려고 막판까지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는 구조된 뒤 “엄마가 죽기 전까지 계속 기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죽더라도 딸 그레이스만큼은 살려 달라고, 또 엄마가 없더라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친척인 안티오네트 로건(38)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엄마의 죽음이라는 비극과 그레이스의 생환이라는 기적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울먹였다.

외과 간호사인 설서는 영국 가수 에드 시런의 공연을 보려고 휴스턴에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차가 물에 휩쓸리자 차에서 빠져나온 뒤 딸을 살리기 위해 물과 사투를 벌이다 결국 딸과 이별하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설서의 죽음과 같은 안타까운 소식이 잇따르자 이재민을 돕기 위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샌드라 블록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각각 100만 달러(11억원)를 내는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앞다퉈 기부를 했고, 스포츠 구단들도 휴스턴 돕기에 나섰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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